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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화문덕이다] 시청역 춘천닭갈비에 간 것은 운명일지도 – 6화

6화. 사랑한 후에 “오늘 뭐 드시러 가실래요?” 요새 이상하다. 자꾸만 닭갈비가 땡긴다. 요 며칠 맛봤던 닭갈비가 너무도 취향저격을 해서일까. 어쨌든 오늘도 난 닭갈비를 메뉴로 결정했다. 하지만 매번 같은 곳을 가진 않는다. 도전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을 찾으며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다. 이번에 찾은 닭갈비 집은 ‘참 우연’이었다. […]
광화문덕 작가의 한마디

이 스토리는 303 분이 읽었습니다.

6화. 사랑한 후에

“오늘 뭐 드시러 가실래요?”

요새 이상하다. 자꾸만 닭갈비가 땡긴다. 요 며칠 맛봤던 닭갈비가 너무도 취향저격을 해서일까.

어쨌든 오늘도 난 닭갈비를 메뉴로 결정했다. 하지만 매번 같은 곳을 가진 않는다. 도전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을 찾으며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다.

이번에 찾은 닭갈비 집은 ‘참 우연’이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이 막상 찾아가 보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에는 고깃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근처 닭갈비 집을 찾았고, 그렇게 우리는 이곳의 닭갈비를 맛보게 됐다.

시청역 춘천명가닭갈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춘천닭갈비’집으로 나오지만, 결제 문자에는 상호명이 ‘춘천명가닭갈비’였다. 가게에 내걸린 상호를 자세히 살펴보니 ‘춘천명가닭갈비’가 맞다.

이곳은 지난번 갔던 ‘대한닭갈비’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시청역 7번 출구로 나와 신호등을 건넌 뒤 쭉 걷다보면 할리스커피가 나오는데 그 골목으로 쭉 가면 된다. 골목 안쪽에 있으니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걸으면 된다.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오전 11시 50분쯤 찾은 식당에는 이미 주변 직장인들로 자리가 거의 차 있다. 다행히 우리가 앉을자리는 있었다.

근데 우리 옆 자리가 이상하다. 사람의 흔적은 없고 닭갈비만 익어가고 있다. 20분 여가 흘러 12시 10분쯤이 되자 사람들이 도착해 먹음직스럽게 요리된 닭갈비를 호로룩 흡입하듯 먹는다.

귀를 쫑긋세우고 옆 테이블 일행과 사장님 사이에 오 가는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약 손님이었다. 전화로 연락해 도착 시간을 미리 알려주면 오자마자 닭갈비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신다. 옆자리 분들은 충무로에서 이곳까지 닭갈비를 먹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왔다고 했다.

치즈 닭갈비 어떠세요?

나는 치즈 닭갈비가 먹고 싶어 동료에게 제안했다. 그는 흔쾌히 동의했다. 치즈가 들어간 닭갈비는 늘 옳다!!!

밑반찬이 나온다. 아쉽게도 이곳에는 시원 새콤달콤한 미역냉국은 없다. 대신 싱싱해 보이는 깻잎과 상추,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어묵과 마요네즈로 드레싱을 한 샐러드가 가지런하게 차려졌다.

그리고 드디어 메인 메뉴인 양념이 베인 닭갈비와 야채와 사리가 커다란 팬에 올려졌다.

“쏴~“하는 소리와 함께 닭갈비와 야채가 익어가는데…..

“에취 에취…. 킁…. 큭…. 에취….”

여기저기 기침소리가 난다. 매콤한 연기 탓이다. 나도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마스크에 대고 연신 해댔다. 심지어 닭갈비를 맛있게 익혀주시는 사장님도 기침을 하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동료가 웃는다. 우리야 처음 오니 그럴 수 있다지만 사장님마저 재채기하는 상황이 재미있었나 보다.

“이제 드시면 돼요”

내가 좋아하는 깻잎에 치즈가 사르륵 녹아있는 닭갈비와 야채를 싸서 한 잎 가득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치즈맛이 정말 고소하다. 연기가 워낙 매콤해 맡으면서 ‘매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치즈와 어우러지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그렇다고 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금주를 하고 있지만, 소주가 생각나는 적당히 매콤한 맛이다.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닭갈비’다. 매콤 고소한 닭갈비와 치즈의 조합이 너무도 매력적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대한닭갈비’는 달달함이 인상적이었고, ‘군자역 춘천골닭갈비’는 우리가 기대하고 생각하는 닭갈비인데 미역냉국이 너무도 매력적이다. 또한 순살 볶음밥이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곳이다. 이번에 온 ‘춘천명가닭갈비’는 매콤함이 톡톡 튀다 보니 점심 반주나, 저녁에 회식 장소로 더욱 빛을 발할 것 같은 느낌이다.

‘캬…. 소주 한잔이 무척 당긴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최근 잇따라 찾은 이 세 곳의 공통점은 모두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시다는 점이었다. 특히 ‘춘천명가닭갈비’는 바쁜 직장인을 위해 예약도 받아주시니 금상첨화 아닌가.

무슨 고민 있으세요?

동료의 얼굴이 어두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동료는 요새 고민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방에서 근무하다 최근 서울로 발령 났다. 지방에서 오래 근무할 거란 생각에 집을 구입했는데, 이제는 서울에서 근무기간이 계속될 것 같아 전세살이가 아닌 내 집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 초 집을 호가보다 낮게 내놨지만 워낙 거래량이 적어 매수인을 찾기 쉽지 않았는데, 마침 최근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면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사겠다는 사람이 이미 낮춰서 내놓은 집값을 더 싸게 해달라고 한다면 결코 기꺼운 상황은 아닐 것이리라.

“그럼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네요”

사실 세상의 모든 거래를 단순화하면 시장원리로 압축된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조급한 사람이 양보를 해야 하는 구조랄까. 누군가는 밑져야 거래가 성사되니 말이다.

사실 선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가격을 고수할 것인가’ vs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다.

사실 정답은 없다

가격을 고수했음에도 매매가 성사될 수도 있고, 가격을 낮춰줬음에도 상대가 구매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다.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니…

결국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선택을 하고 흐름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이 또한 그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일 뿐이다.

“만약 이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난 중고거래에서 얻은 나만의 개똥철학에 대해 설파하기 시작했다.

“사실 전 모든 건 운명이라는 주의예요.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꼭 거래할 때는 아무 말 없다고 현장에 와서 깎아달라고 하시는 분이 있어요. 사실 얼굴 보고 그렇게 말하니 차갑게 안 된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당황스럽지만 조금이라도 빼드리려고 하거든요.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까지 말하는 저분은 얼마나 힘든 상황이기에…라면서요

전 그래서 제가 구매자일 때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며 나름의 원칙을 세웠어요.

정말 사고자 하는 아이템이라면 제품 상태 물어보고 구매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해요. 그리고 거래 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물어보고 끝내요. 이쪽 용어로 ‘쿨 거래’죠. 어차피 살 의향이 있으니 서로 밀고 당기며 스트레스받지 말자는 취지예요.

직거래 시 판매자가 있는 곳까지 직접 가요. 깎아달라고 말하지 않는 대신, 판매 가격을 판매자한테 한번 더 확인해요. 그러면 반응이 둘 중 하나예요.

‘먼 길 오셨으니 얼마만 주세요’라며 알아서 깎아주시는 분이거나 그냥 제 가격 다 달라고 하거나요.

무엇보다 이후가 중요해요. 거래가 완료되면 절대로 해당 제품 관련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당근 마켓이나 중고나라에 그보다 싸고 좋은 물건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이미 선택했으면 그걸로 끝! 더 이상 생각해봤자 마음만 아프고 손해니까죠.

오늘 우리는 닭갈비를 먹자고 했고 갔는데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있었잖아요. 그럼 우린 선택해야 해요. 주변 가게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다른 닭갈비 가게를 찾아가던가요. 우리는 선택을 했고 여기에 있어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른 거 먹을 걸이라고 후회하기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은 닭갈비에 집중하며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 아닐까요?

모든 게
운명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내가 오늘 이것 닭갈비 집을 찾게 된 것도 운명,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매장에 찾아갔는데 물건이 없어 못 산다면 그 또한 운명. 미련을 버리자고요.

지금 집 가격을 정해 내놨고, 충분히 고민해 가격까지 시세보다 싸게 내놨다면 누군가 사가지 않을까요? 팔리지 않는다면 그 또한 운명. 그 집과 제 인연이 질 긴 것일지도요.

정 팔아야겠다면 가격 인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셔서 협의점을 찾으시면 될 듯하고요. 단 나중에 후회하지 않아야 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내려놓은 가격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면 가격 인하 여지가 없음을 확실하게 전달하시면 될 듯해요.

우린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현재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시고, 내리셨다면 그대로 밀고 나가시면 될 것 같아요. 선택했다면 이제 운명이라 생각하시고 앞으로의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시면 되고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그 모든 일들이 ‘나비효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연이 연결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운명 아닐까요. 그저 현재 내게 주어진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했다면 된 거 않을까요?”

우리가 오늘 찾은 이곳 ‘춘천명가닭갈비’ 가게도 운명이었다. 닭갈비를 먹으러 가기 위해 찾아간 곳이 사라졌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주변 닭갈비 집을 찾아 기어이 이곳까지 걸어왔다.

그냥 닭갈비가 아닌 아무거나 먹으면 됐지만 닭갈비가 먹고 싶었다. 그 덕택에 이런 좋은 식당을 찾아냈다. 이 또한 운명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식당이 사라진 곳에서 그냥 대충 때우자는 식으로 옆에 있는 아무 가게나 갔다면 이 가게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을 테니…

‘사랑할 때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할 운명 아니겠는가…’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닭갈비: 11,000
서울 중구 남대문로 25-15

글쓴이 소개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와 어딘가에서 술 한잔 마시고 있을 직장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 작가
광화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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