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도 다른 것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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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제철이 지나고

귤의 제철이 지난 요즘, 시중에는 국내산 감귤류의 과실이 눈에 띄게 줄고, 그나마 출하되는 양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 아쉬워하는 소리를 뱉는다. 귤을 참 좋아라 했던 모양이다. 뭐라 위로할까, 분명 해결할 방도는 있었다.
시선만 좀 더 두루 두면 지금 한창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네이블오렌지(navel orange)가 시선 한 프렘임에 가득하지 않은가,

네이블오렌지(navel orange)는 영어 그대로 오렌지 꼭지 반대 부분에 ‘배꼽’이 있는 것을 뜻 한다. 이미 오렌지는 작년 말부터 귤과 함께 시중에서 접할 수 있었으나, 그 맘때 나오는 오렌지는 발렌시아(valencia)종으로 생식보다는 음료의 원료나 음식의 재료로 더 적합했고, 무엇보다 귤에 밀려 빛을 발할 수 없었다.

하나, 귤과 자리를 맞바꾼 현재의 오렌지는 네이블(navel)로 발렌시아와 블러드(blood)(붉은색의 오렌지로 비타민C 함량이 높고 쌉쌀한 맛이 강함) 종보다 풍미와 당도가 월등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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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속살의 오렌지

시선을 두어 지긋이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 차이점을 알 수 없을 만큼, 오렌지와 비슷했다. 하나 분명 좀 더 주황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었다. 그 주황색이 과육까지 물들여 마치 작은 자몽이 될 것만 같은, 바로 ‘카라카라 오렌지(carcar orange)’였다.

누군가는 자몽과 오렌지를 접하여 만들어낸 신품종이라 하지만, 엄연히 스스로 자라 나온 단일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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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카라카라 오렌지는 ‘네이블오렌지(navel orange)’종의 하나로 분류된다. 이유가 네이블오렌지가 변이를 일으켜 태어났기 때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네이블오렌지 또한 변이로 태어난 종이다.
인도에서 시작된 오렌지는 포르투갈로 전해지면서 지금의 발렌시아(valencia)종으로 변모하였고, 그것이 19세기 초 브라질에서 돌연변이 체인 ‘씨 없는 오렌지’가 되어 열렸다. 현재의 네이블오렌지가 바로 이 돌연변이체에서 유래된 것이다.

한편, 농산물 최대 회사인 ‘썬키스트’는 카라카라 오렌지가 그 어떤 오렌지보다도 월등한 영양가를 가지고 있다 하여 이미 ‘The Power Orange’라는 이름으로 명명하였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산 호아킨 밸리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1월부터 4월까지 만날 수 있다.

“남들과 틀리다, 그들과 같지 않아 도태되거나 무능해질 것이다”라며 말하는 그는 당신의 삶을 들여다본 조물주라도 되는 것인가?

그 어떤 누구도 감히 신(神)이라도 당신의 존폐 여부를 논할 수 없다.
남들과 틀리다 배제받던 그것마저 지금은 저리 인정받는 것처럼,
당신의 삶도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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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wer Orange를 맛보다

되도록 묵직하고 껍질이 맨질 맨질한 것을 고른다. 그것이 얇을 터이니, 더 쉽게 까질 테고 과육은 더 많을 것이다. 주황이 짙게 배인 오렌지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오렌지 철이긴 한 모양인지, 산처럼 쌓인 오렌지 속에서 금방 골라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으니 조용한 공원, 봄빛이 가득한 벤치에서 먹는 것이 좋을 듯했다.

봄빛이 가장 짙게 내린 자리에 앉아 오렌지 하나를 반으로 잘라 내니 금세 자몽의 빛깔 같은 선홍색의 속살이 보였다. 기존에 노란색의 오렌지만 보다 이리 고운 색을 보니 먹기보다 들여다 보기 바빴다.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내어 반쪽이 된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 혹여나 자몽 같은 쌉쌀한 맛이 뒤에라도 있을까 신경 쓰였으나, 이내 “또다시 갇힌 관점으로 판단하려 했구나”라며 나 자신을 탓한다. 분명 일반 오렌지와는 다른 맛이었다. 일반 오렌지의 청량한 느낌을 주는 단맛은 아니었다.

좀 더 조심스럽게 내어주는 단 맛.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느긋한 맛이었고, 이 봄날에 가장 어울리는 맛과 향이었다.

아..! 잘못 선택했다. 거실 불빛 아래서 무디게 먹었어야 제대로 알 수 있는 맛이었거늘, 이 봄날에 이 따뜻함에 이 느긋한 햇빛에 멍해져, 모든 것에 ‘봄’이 담겨, 그저 더할 나위 없이 ‘맛이었다’ 밖에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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