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보통 멍하니 있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나도 그랬다. 솔직히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한 것은 모든 수험생이 똑같다. ‘나를 꼭 뽑아달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내기 위해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기 마련이다. 지금 와서 생전 처음 썼던 자소서를 다시 꺼내 보니, 참 가관이었다. 부끄러워 남에게 내놓기 힘든 수준이었다.

국립국악원

당연히 당시 내 자소서는 서류전형에서 광탈을 시전했다. 연이은 탈락에 난 괴로워했다. 지금도 내겐 자소서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려운 존재다.

페이스북 기자의 글쓰기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공채 시즌이 다가오면 많은 이들이 자소서 쓰는 법에 대해 종종 물어온다. 사실 난 벌써 입사한 지 8년차가 됐고, 감을 잃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그들을 지나칠 수 없어 올해 입사한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이들이니 뭔가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총 2편에 걸쳐 자소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이번은 그 첫번째 이야기다. ‘김미성 수습’은 자소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서류광탈 시전…왜?

내 첫 자소서를 꼼꼼히 살펴보니, 이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잘할 수 있습니다”라는 공허한 외침만 있을 뿐, 나의 능력을 증명할만한 근거가 하나도 없었다.

수많은 광탈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무와 연결 고리를 찾아라

자소서란, 단순히 내가 어떤 걸 잘하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늘어놓는 글이 아니다. 더군다나 심사위원은 내가 무슨 활동을 했는지에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글을 읽고 나서 “나 이거 잘해요!”가 아니라 “얘는 일 시키면 잘하겠네!”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내가 해온 활동의 의미를 직무와 연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전략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

자소서는 매우 전략적인 글이다. 생각의 흐름대로 쓰다간 실패하기에 십상이다. 자소서의 의도를 파악했으면 어떤 글감으로 나의 능력을 보여줄 것인지, 그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표현과 방법을 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인턴으로 일하던 회사의 총무국장이 “다음 입사 시험에 지원해봐라”고 한마디 해준 것에 대해 쓸 수도 있다. 총무국장이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같이 일해보면 뽑길 잘했다”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자소설은 안돼!

물론 자소설은 안 된다. 사실에 기초해서 의미를 보여주도록 서술하자는 것이지,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라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은 금물이다. 면접에서 다 들통나게 돼 있다.

나의 장점 찾기

자소서를 써야 한다면, 작은 것에서부터 나의 장점을 찾아보자. 내 경우, 타지에서 홀로 생활한 기간이 좀 길다. 여러 룸메이트를 경험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내게 “룸메이트로서 참 괜찮은 친구”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난 이런 경험을 자소서에 잘 녹여냈다. 왜 룸메이트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나의 어떤 모습이 긍정적이었는지를 자소서를 통해 호소했다. 나의 사회성과 친화력이 좋다는 점을 부각하는 훌륭한 사례라고 판단해서다.

사례가 주는 재미

자소서는 사례 위주로 풀어가야 흥미를 끌 수 있다. “저는 글을 잘 씁니다”보다는 “어느 대회에 나가 어떤 상을 탔습니다” 또는 “친구들은 제 글을 보면 늘 어떻게 멈출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처럼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좋다. 직설적으로 잘한다고 쓰지 않아도 ‘얘는 글을 잘 쓰는구나’라고 느껴지도록 말이다.

첫 줄의 중요성

심사위원들은 수백, 수천 명, 심각하게는 수만 명의 자소서를 읽어야 한다. 첫 줄이 읽히지 않으면 끝까지 안 볼 확률이 높다. 우선 잘 읽히려면 쉬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심사위원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할 것인가? 바로 나만의 이야기다.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이 있다면 주목받을 수 있다. 자소서를 쓸 때 쓸 것이 없어서 애를 먹고 있다면, 자신의 경험을 하나하나 돌이켜볼 것을 권한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키워드를 뽑아낸 뒤에 그것을 토대로 에피소드를 작성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잘 생각해보면 뽑아낼 경험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

그리고 자신의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며 첨삭 받아야 한다.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 부끄럽고 창피하다. 특히 자소서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명심해야 한다. 글은 고칠수록 좋아진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류합격률 90%

이런 방법으로 자소서를 쓰다 보니 1년 사이 내 서류 합격률은 10%대에서 80~90%대로 급상승했다. 놀라운 변화였다. 대학교에선 모범적인 자소서의 예시로 내 자소서가 쓰이기도 했으며,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의 부탁으로 자소서 피드백을 해주기도 했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합격한 자소서를 보고 따라 쓰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합격한 자소서를 보더라도 그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서술했는지를 봐야 한다. 매력적인 자소서를 쓰는 방법 자체를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명심해야 한다. 콘텐츠는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소서는 최종 면접을 위한 것

마지막으로 자기소개서는 최종 면접에 사용될 자료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기술적으로 최종 면접에서 질문이 나올 만한 내용을 자소서에 싣도록 노력해야 한다. ‘설마 최종까지 가겠어?’라는 생각으로 대충 쓰면 설마가 당신의 합격 발목을 잡아버릴 것이다.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질문을 받고 싶은 부분, 내가 자랑하고 싶은 부분을 기술적으로 자소서에 싣도록 해야 한다.

나만의 자소서 작성 팁

자소서 쓸 때 반말을 써도 무방하다. 자소서는 보통 글자 수가 제한돼있다. 한정된 글자 수에 존댓말까지 쓰게 되면 글자가 낭비된다. 하고 싶은 말을 더 많이 담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