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501 ‘U R Man’과 ZE:A ‘마젤토브’의 주인공 한상원 프로듀서. 수능금지곡의 대가이던 그가 이제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학습 음악을 만들고 있다? 

국립국악원

“친한 형이 들고 온 참고서가 제게 귀감을 줬어요”

어느 날 친한 형이 양팔에 끼고 온 두꺼운 참고서들. 이 방대한 내용을 잘 추려서 노래로 만들면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렇게 학습 음악에 눈뜨게 되었다.

선생님이 돼서 학생들한테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만들어요

프로듀서지만 노래를 만들 때만큼은 선생님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노래를 만들기 전, 과목별 전문 강사들로부터 한 장짜리 요약본을 받는데, 재미없는 공부 개념을 무한반복하고 싶게끔 매력을 불어넣는 일은 온전히 프로듀서의 몫이다.

그렇다면 중독성 있는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전무후무한 중독성으로 시대를 풍미한(?) 작곡가답게, 학습 노래인데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가사가 특징이다. 이는 열공뮤직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단지 노래가 좋아서 들었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새 공부가 된 그런 음악말이다.

특히 열공뮤직의 노래는 자꾸만 듣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은 물론, 학습 개념까지 야무지게 담아 짜임새 있게 가사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노래를 만들 때 필수불가결한 조건은 무엇일까?

과목에는 저마다 중요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중점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부분을 후렴구에 배치하고 단어는 최대한 간결하게 재구성한다. 쓸데없는 어구를 빼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본 뒤 여기에 재미있는 표현을 살짝 가미하여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색다른 노래가 나올 수 있구나

이렇게 해서 나온 그의 첫 곡은 현재 열공뮤직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조회수 2위를 자랑하고 있는 ‘원소’이다. 제목은 간결하지만, 어렵디 어려운 원소 기호를 외우기 쉽게 꽉꽉 눌러 담은 우리반 1등 노트나 다름없다.

이 곡에는 한상원 프로듀서가 과거 공들여서 만들어놨던 트랙이 동원됐다. 기승전결보다는 단순명료한 가사가 특징이니,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제격이겠다는 결단력에서 비롯된 것.

딱 들어맞는 가사와 멜로디의 궁합에 희열까지 느껴졌다. 원소를 공부하는 ‘과학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되었다. 학습 노래라는 것에 반신반의함을 가졌던 때, 처음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곡이었다.

열공뮤직은 중등, 고등 과정 위주의 노래를 제작하고 있다. 비교적 연령대가 낮은 중등 과정은 재미를 위해 일부러 유치한 요소를 끼워넣기도 하고 최대한 대중성을 잡고자 노력한다고. 

반면 학습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고등 과정의 경우 의외로 음악적 시도의 장이 되고 있다. 가사 분량이 많은 만큼 보다 폭넓은 장르에 끼워 넣어볼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요즘 10대들의 개방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전에 이거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이번 시험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수많은 수험생들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라도 더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게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한상원 프로듀서. 리스너들의 진심 어린 수기들을 보면 보람과 함께, 이 모험에 정말 가능성이 있구나 싶어 매번 놀란다고.

“학업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걸 좀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되면 좋겠어요”

학습과 음악 두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열공뮤직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