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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가시, 대체적으로 초록의 몸에 물 한번 신중하지 않아도 굳건히 자라는 선인장. 그것에서 열리는 열매가 있다. 11개월가량의 시간 동안 선인장 줄기가 자라 커다란 꽃을 하루 동안 피우고 진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이상한 모양과 색을 띤 과일이 열린다. 바로 ‘용과’ 선인장에 달린 과실의 모습이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용(龍) 혹은 드래곤(dragon)이라 불리는 상상 속의 동물, 동양에서는 뱀의 몸에 발과 손이 달렸다 하고, 서양에서는 도마뱀의 몸에 박쥐의 날개가 달린 모습이라고 한다. 동·서양의 신화나 전설에서는 신성함과 상서로운 존재로 여기며, 기독교에서는 악(惡)의 상징으로 여기는 대비적인 존재. 그러나 우습게도 우리는 훗날 세상이 접어들 말로의 기로에서도 여전히 사실 유무 조차 알 수 없을 그 상상의 동물을 본 적 없는 신과 운명, 기적을 믿듯 ‘그’를 믿고 ‘그’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이고 세상에 각인시켰다.

우리는 세상이 성숙하기 전부터 이렇게나 낭만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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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에 걸맞다.

용과의 과육에는 사과와 배보다 칼륨 함량이 월등히 높다. 또한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 인체에 이로운 미네랄 성분이 많으며 특히, 항산화 물질까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이름이 가진 ‘용을 닮은 과일’이란 의미처럼 막강한 영양소를 자랑한다.

하나, 찬 성질의 과일이기에 몸이 차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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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의 시작

‘피타야(pitaya)’라고도 불리며, 다른 일부 과실처럼 정확히 시작의 역사는 알 수 없으나, 13세기 이후 아즈텍 시대에 일반적으로 섭취했다고 한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며 중앙아메리카를 지나 현재는 베트남, 타이완,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더운 지역에서 ‘경제작물’로 재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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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또 다른 특산물

중앙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이 원산지인 용과 또한 열대과일이다. 36번째 칼럼 백향과 편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평년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는데, 그 영양중 하나로 이 용과도 포함된다.

과거 제주에서는 ‘대학나무(귤나무)’라 이름 붙을 만큼 ‘귤’ 농사를 지으면 자녀들 대학공부까지 시킨다고 하여 너도 나도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제주 하면 귤, 귤 하면 제주”라는 말과 함께 제주의 특산물이 되었다. 하나, 현대에 들어 과거 대비 기온이 크게 올라 일부 내륙에서도 귤의 재배가 가능하게 되었고, 수출입에 자율화로 각종 수입과 가 지천에 깔리니 더 이상 귤은 대학나무라 불릴 만큼 고소득을 보장하기 어려워졌다. 그리하여 점차 상당수의 농민들은 시대 흐름에 맞춰 돈이 된다는 아열대 작물을 땅에 심기 시작했다.

바로 바나나, 망고, 용과 같은 시설재배가 가능한 열대과일이 지속적으로 제주에서 성장하는 배경의 이유다. 용과는 2016년도 기준 재배량이 약 200톤으로 알려져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에서는 현재 ‘백윤종(과피:적색, 과육:흰색)’과’적윤종(과육,과피 모두 적색)’ 두 가지를 재배 중이며, 이 외에는 ‘황색종’이 있는데 과피가 노란색, 과육은 흰색으로 앞서 말한 두 종과 달리 당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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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를 맛보다

부드러운 펄을 만지듯 보드라운 표면과 선홍의 색에 초록으로 돋아난 두터운 잎사귀들은 해괴망측(駭怪罔測) 하다 하면 서운해할지도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동그란 무언가를 날카로운 칼로 표면에 깊이 살점을 벌린 듯 안쓰럽기까지 한 모양새이다.

선인장 과일이라 불리는 ‘용과’는 과연 어떤 맛일까, 쉽게 접할 수 없었기에 그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열대과일이 국내 시장에 유통되고 있으니, 매년 처음 먹어보는 과일이 생길 듯싶다. 용과를 반으로 잘랐을 때, 칼이 들어가는 느낌은 꼭 키위나 바나나 같은 무른 과일을 잘라 내는 느낌과 닮아있었다.

두 개로 나누어 단면을 보니 검은색의 키위 씨 같은 것이 가득히 하얀 과육에 박혀 있었다. 평소 아이스크림과 카페 음료, 초콜릿까지 ‘쿠키 앤 크림’맛으로 먹는 입맛을 가져서인지 그것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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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을 조각으로 잘라 껍질과 과육 사이에 칼날을 넣었을 때에도 별다른 힘 없이 쉽게 분리되었다.

밑동을 잘라 칼집을 내어 벗기니, 딱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는 듯, 껍질에 보이는 섬유질까지 바나나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곧장 조각내어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은 키위와 같다 하면 이해하기 쉬우리라, 씨가 씹히는 느낌마저 꼭 닮았다. 그러나 키위 같은 혀를 치는 특유의 새콤함 혹은 달콤함은 없었다. 무엇인가 빠진 듯 부족한 맛이었다. 당도 높은 달콤한 맛을 기대했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그런.

용과는 선인장에서 충분히 익은 후 재배되어야 백윤종도 충분한 단맛을 느낄 수 있으나, 시중에 유통되는 수확 후의 용과는 외형으로는 구별할 수 없어 큰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기에 생식으로 큰 맛을 즐길 수 없다면 우유나 요구르트 등과 함께 갈아먹거나, 샐러드에 곁들여 먹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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