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시사교양/논작, 시험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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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페이스북 페이지 ‘기자의 글쓰기’를 통해 언론사 준비에 대해 조언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전 경력이기 때문에 공채 준비에 대해 조언을 하기엔 자격 미달입니다. 그래서 정말 아주 친한 후배에게 어렵게 어렵게 부탁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받았습니다. 한 자 한 자가 주옥같은 말이라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취업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수험생들에게 조언해달라는 내 부탁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3년 차 기자. 5차 시험까지 당당하게 치르고 합격한 소위 ‘메이저 언론사’ 기자. 그가 말하는 언론사 시험 준비는 이랬다.
그저 막연한 생각만…
어렸을 때부터 기자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연한 기대만 했다.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군 제대 후에는 기자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기로 생각했다. 역시 준비하지 않았다. 졸업 직전에야 비로소 기자에 지원하기로 했다. 고민끝에…

갖춘 것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 만반의 채비는 없었다.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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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정리

우선 입사시험의 개념을 세워야 했다. 입사시험의 주체는 지원자가 아니라 기업이다. 기업이 사람을 뽑는다. 뽑히는 사람이 훌륭해도 회사의 실정에 맞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지원자가 회사 입맛에 완벽하게 들어맞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모든 회사는 신입사원 교육에서 회사의 입맛에 맞도록 교육한다. 그보다는 회사가 원하는 기본 자질을 갖췄는가가 중요하다. 풀어 말하면, 입사 후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됐느냐다.

자질?
사실 어느 정도 이상 자질을 갖추면 그 이상의 준비는 무의미하다. 지금 모습에서 장점만을 보여주기도 쉽지 않다. 장점을 더 갖출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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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차원에서도 한계가 있다. 정해진 전형 절차로 원하는 자질을 모두 검증할 수도 없다.

경쟁력?
일단 아랑카페에 가입하고, 스터디모임에 들어갔다. 대학교지 동아리 경험과 언론사 인턴을 한 번 해봤다는 점을 제외하면 눈에 띌 만한 특징이 없었다. 그나마 끝자락에 걸치더라도 서류 절차에서 통과는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필기 시험장에 들어갈 때 난 이미 서류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시작할 것으로 생각하니 더 절박했다.

교양 준비?
교양시험용 수험서 한 권을 샀다. 하지만 대부분 읽지 않았다. 너무 두껍고 재미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최근 이슈와 관계없는 내용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는 아예 펴지 않았다.

생소하지만 늘 시험에 나올 언론에 관한 부분만 책으로 공부했다. 다른 분야는 뉴스를 꼼꼼히 읽고 관련 용어를 궁금할 때마다 찾아봤다. 공부가 지루하면 위키피디아를 구경하는 버릇을 들였다.

시험 볼 언론사가 정해지면 해당 언론사 역사와 최근 벌이는 사업 등을 정리해뒀다. 언론을 다루는 미디어오늘이나 기자협회보, PD 저널 같은 언론 기사는 불충분하지만 그나마 언론사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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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모임에서 교양 모의고사를 보면 성적이 좋지 않았다.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언론사는 왜 교양 시험을 보는가 생각했다. 예를 들어보자. 대학이 수능 없이 학생을 뽑으면 저항이 엄청날 것이다. 객관적이고 계량화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교양시험처럼 객관식 시험 없이 면접이나 논술만으로 기자를 뽑으면 조직 내외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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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시험에는 언론사도 큰 기대를 걸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교양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것만으로는 좋은 기자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양에서 50점, 논술에서 100점을 받은 기자와 그 반대의 경우라면 누구를 뽑겠는가. 최소한의 준비도 하지 않는 자, 그만큼의 성실함도 갖추지 못한 자, 기초 학습 능력인 암기력이 뒤떨어진 자 등을 걸러내기 위한 시험이 교양 시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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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시험을 통해 신입 기자에 관해 확인하려는 것은 영어성적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일정 성적 이상이면 그다음부터는 논술이나 실무, 면접으로 걸러낼 거라고 판단했다.

승부수
논술이 승부처였다. 여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스터디모임에서 글을 쓰고 첨삭하는 일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시간에 맞춰 글을 쓰는 연습일 뿐이라 생각했다. 글 실력 향상에는 스터디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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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읽고 필사하는 것보다 더 좋은 논술 공부법은 없다. 좋은 표현도 눈에 익혀뒀다.

좋은 기자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글을 쓴다. 그러나 모든 기자가 미문을 쓰지는 않는다. 쓸 필요는 없다.

언론사 입사하면 배우는 게 3줄 스트레이트다. 신입 기자가 칼럼을 쓸 일은 없다. 주어진 사실을 자신의 시각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능력만 갖춰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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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되 단단한 글쓰기를 목표로 했다.

태도에 대하여
실무와 면접에서 유능한 기자지망생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유능하다면 회사가 의심한다. 이렇게 유능한데 왜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지 않는가. 기자 일은 무척 힘든데 금세 그만두지는 않을까. 더구나 기자는 스스로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유능한 사람을 찾아가 설명을 듣는 직업이다. 그렇다면 실무, 면접에서 회사는 무엇을 보겠는가.

실무과정에서 선배들로서는 같이 일하고 싶은 후배를 뽑고 싶어한다. 유달리 농담을 잘하거나, 붙임성이 좋거나, 성실하다면 실력이 부족해도 뽑는다. 말은 쉽지만, 이것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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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나는 입사할 때 실무면접으로 1박 2일 합숙을 했다. 조별 토론 시간에서 누군가는 다른 조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꼬리를 잡듯 말했다. 같은 지망생도 상대방이 불쾌할 만한 말버릇인데 훗날 선배로서, 팀장으로서 만날 선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글로 써보면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가 그런 실수를 하나’ 싶지만, 애초에 그런 잘못을 찾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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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조별 장기자랑을 했다. 다들 시사 풍자극을 준비하며 얼마나 우리 조원들이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가를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기자가 된 지금 내가 심사위원이 된다면 제일 개인기가 뛰어난 지망생에게 점수를 주겠다. ‘저런 친구라면 일을 마치고 회사 앞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스트레스 훌훌 털어내면 일할 맛 나겠군!’이라는 식으로.

면접?
면접은 임원이 진행한다. 실제로 몸을 부대끼며 일하는 선배들이 아니다. 여기에서까지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보통 이들이 곧 회사라는 생각에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입사하지 않은 지원자가 회사에 강한 애정을 보이면 진심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오히려 회사에 들어온 뒤에 꿈꿔온 회사 생활을 하지 못하는 괴리감에 실망할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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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겠다는 각오다. 모든 회사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공채를 진행한다. 채용규모를 놓고 사측과 노조 간에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신규 인력을 교육하기 위한 준비도 보통 일이 아니다. 신입사원이 곧바로 나가면 기존 인력도 실망하고, ‘외부에서 보기에 우리 회사에 문제가 있나’ 의심이 든다. 또 지망생의 능력은 대부분 비슷하다. 회사 입장에서 노동력이 같은 노동자로 이윤을 늘리자면 노동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드시 오랫동안 일할 사람을 뽑는다.

정리하자면…
★교양은 기본 이상만 갖춘다는 목표로 많은 시간을 들이지 말 것.
★실무 과정 등 현업 선배와 직접 마주치는 자리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을 강조할 것.
★임원 면접에서는 열정적으로 회사에 오랫동안 일할 각오가 됐다는 자세를 보여주되 충성심이 아닌 성실함으로 드러낼 것.
★제일 중요한 승부처는 논술 등 기사와 직결되는 결과물을 생산하는 전형이며, 이를 준비할 때에는 좋은 전범을 몸에 익히는 일을 최우선으로 둘 것.

CBS노컷뉴스 신동진 기자 ㅎㅎㅎ

에필로그

제가 매우 아끼는 후배의 조언을 정리했습니다. 진솔한 이야기이기에 익명으로 올립니다. 익명으로 해달라는 후배의 요청도 있긴 했습니다.

물론 이 글이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언론사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좀 더 팁을 드리자면…
다음은 제 이야기가 아니라 CBS에 올해 초 입사한 막내 33기의 이야기입니다. 가장 최근 입사자들이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두 후배는 모두 기자의 글쓰기 애독자입니다. 브런치와 페이스북 기자의 글쓰기에 올려도 되냐고 양해를 구했는데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

– 자기소개서 –
*보통 자소서를 쓸 때 1000자, 2000자 짜리 본문을 채우려다 보면, 에피소드를 먼저 생각하고 글을 쓰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 쓰고 나면 내용은 많지만 정작 ‘지원동기’나 ‘입사 후 포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장황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한두 줄짜리 문장으로 답을 정리해놓으면 좋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면 이후에 답을 짧게 할 수밖에 없는 ‘면접’ 전형을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CBS 33기 김광일 기자)

*읽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느낌으로 적어보세요. 자소서는 최종 면접까지 계속 유효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합니다. 항목별로 자기의 어떤 부분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지 감을 잡고 관련된 경험을 진솔하게 적으면 읽기에도 수월합니다. 관련 경험을 적을 때도 다 적으려고 하기보단 가장 핵심적인 경험을 실감 나게 적는 게 낫습니다. 항상 읽는 사람이 쓴 사람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을 건다는 느낌으로 적으려고 했습니다.(CBS 33기 문효선PD)

– 작문 –
*우선 자신의 관심사를 죽 적어보세요. ‘전공, 관심 있는 사람, 인상적이었던 뉴스, 좋아하는 예술 분야, 장래희망, 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 등등. 어떤 주제를 받으면 관심사 리스트를 보면서 어떤 관심사를 소환해올 것이냐를 훈련하세요. 일기를 매일 쓰면 좋습니다. 작문 연습은 일주일에 2~3편이라도 쓰세요.(문효선PD)

– 논술 –
*혼자 쓰려고 하면 쓴다는 게 쉽지 않으니 그룹스터디를 활용하세요. 쓴 글은 반드시 혼자서 고쳐보세요. 그런 작업을 반복하세요. 기사를 많이 읽으면서 입장을 정리해보세요. 개요를 짜세요. 논술 노트를 만들면 좋습니다. 기사 속에 나오는 기본적인 팩트를 정리하고, 관련 논문들이나 책에서 논거로 쓸 만한 부분들을 정리하세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개요를 제대로 짜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세요. 논술이든 작문이든 매력적인 도입부를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세요. 평소에 좋은 내용이나 생각이 떠오르면 정리해두면 좋습니다.(문효선PD)

*현장으로 달려가 보세요. 밖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던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엔 팽목항에 내려가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어떤 때에는 제주도로 훌쩍 떠나 강정마을에 다녀오기도 했고요. 여수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났을 땐 흡착포 들고 내려갔습니다. 광화문이나 청와대 근처에서 벌어지는 집회시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 같이 열리는 토론회에도 종종 찾아갔습니다. 골방에 처박혀서 공부할 때보다 포만감은 적을 수 있지만,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으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CBS는 지난해 논술 주제로 ‘세월호’, ‘미생’, ‘카트’ 등이 나왔습니다. 남들 눈엔 노는 것처럼 보여도 저 나름의 전략이었죠.(김광일 기자)

– 그룹스터디 –
*스터디는 하나 정도가 좋습니다. 주 2회, 한 번 갈 때 글 한 편 정도 쓰는 걸 추천합니다. 남은 시간은 신문과 책을 많이 읽으세요. 스터디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스터디 일정에 쫓겨 정작 중요한 책이나 신문을 펴보지 못한다면 주객전도가 아닐까요.(김광일 기자)

–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
*수백, 수천 대 1의 경쟁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저는 합격했고, 지금 기자로 세상을 누비고 있습니다. 불가능은 없습니다.(김광일 기자)

*입사 당시 저는 그렇게 합격이 어렵다던 ‘서른 넘은 여자’였습니다. 토익이나 학점도 노력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점수였고요. 적어도 CBS에서는 고차에 올라갈수록 이런 스펙들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스펙 때문에 너무 걱정 마시고 기운 내셔서 도전하셨으면 합니다.(문효선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