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은 아이를 키우면서 창업까지 한 여성들의 이야기, <워킹맘 여성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빌리지베이비’의 이정윤 대표님입니다.

국립국악원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의 시대. 한국에서는 유독 아이를 가진 엄마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꼼짝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런 시대에 임신/출산 관련 앱이 힙하기를 바라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이 모든 편견과 상황을 깬 분을 만나 보았습니다. 임신, 출산에 관한 서비스를 시작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회사, 최근 투자까지 유치한 베이비빌리의 이정윤 대표님입니다. 여자, 아이, 엄마를 둘러싼 다양한 편견을 없애 나가는, 열정적인 이정윤 대표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Part 1. 여자라서, 거침없이.
“되게 똑똑한 사람도 바보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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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대표

Q. 안녕하세요 이정윤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수별로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앱, ‘베이비빌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이정윤입니다. 

빌리지베이비는 지난 2018년 11월에 설립된 회사예요. ‘월간임신’이라고 아기 개월에 맞춰 엄마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초기에는 입덧부터 후기에는 부종 케어까지, 주제에 맞게 담아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먼저 했었어요. 

그러다 이제 ‘우리가 과연 엄마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없애주고 있는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좀 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작년 7월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든 엄마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플랫폼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베이비빌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12만 명 정도 되는 부모님들이 사랑해주고 계셔요.

*페인 포인트: 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Q. 빌리지베이비 (사명)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세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baby)’라는 영어 문장에서 빌리지와 베이비를 따와서 지었어요. 그리고 저희 앱 이름을 지을 때는 귀여운 캐릭터 이름을 따서 짓고 싶었거든요. ‘빌리’ 예요. 이름이 너무 아들 이름 혹은 딸 이름 같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중성적인 이름으로 지은 건데, ‘빌리’라고만 하니까 약간 대출 서비스 같은 거예요. 그래서 ‘베이비빌리’라고 짓게 되었고, 서비스 이름이 되었죠. 많이 헷갈리세요. ‘빌리지베이비’는 회사 이름이고요, ‘베이비빌리’는 앱, 서비스 이름입니다.

빌리지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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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베이비의 서비스 ‘베이비빌리’

Q. 글로벌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하시다가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그때도 이런 서비스를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왜 하필이면 임신/출산과 관련된 서비스였는지, 그리고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창업하기 전에는 경영 컨설팅 회사에 다녔었어요. 기업 실사(due diligence)라고 해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인수하려는 고객들한테 이 시장이 클 것 같으니까 사세요, 하는 거예요. 저희한테 올라온 거래까지 보면 보통 기업가치 1천억 이상이었는데, 그런 기업들도 시작은 항상 되게 미약했어요. 그렇게 작은 기업들이 전국적인 체인이 되니까 사례들을 보니까 가슴이 뜨거워지는 거예요. 

컨설팅의 장점은 짧은 시간에 여러 산업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는 있지만, 깊이 있게 나만의 브랜드를 사랑받는 것으로 키워나가고 만드는 건 못 하거든요. 그러다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관심 있었던 영역들은 펫(pet), 여성,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요, ‘당장 내가 이 시장에서 어떤 걸 바꿔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뭘 해결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주변 언니들이 임신, 출산하는 걸 보며 출산/육아 시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어떤 부분을 특히 바꾸고 싶으셨나요?

제가 창업을 시작한 때가 28살이었어요. 주변 친구, 언니들이 임신, 출산하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되게 똑똑한 사람들도 바보가 되는 거예요. 임신, 출산 관련 앱이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거나, 아기 캐릭터가 있는 앱은 있는데 막상 쓸려고 하면 앱 내에서 광고로 운영되는 게 많다 보니 아기를 클릭하면 전면광고가 나와서 불편하고, 해외 앱이 통째로 번역되어서 읽다 보면 부자연스럽고, 콘텐츠 자체가 한국 엄마들이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아닌 거예요. 복숭아 먹지 마라, 수박 먹지 마라, 한국만의 속설에 대응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앱도 없는 상태였고요.

‘도대체 왜 이런 앱 밖에 없을까?’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특히 UX/UI 부분에서 방치된 시장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저희는 요즘 세대(흔히 말하는 MZ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앱들만큼 쉽고 깔끔해 보이는 UX/UI를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저희만의 약속을 하고 있기도 해요. 

저희 앱은 신규 사용자들이 한 달에 1만 명 넘게 들어오고 있고, 대부분 임신 극초기에 어플에 가입해서 리텐션(retention)*이 높게 이어지는 편이에요. 딱히 앱 광고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성장한 걸 보면, 저희가 생각했듯 비어 있던 시장이었던 거죠. 그리고 아기 캐릭터 ‘빌리’에 애착을 많이 두시는 편이세요. 빌리가 말을 걸거든요. 그걸 저장하고 공유하시면서, 베이비빌리 자체를 임신 일기처럼 활용하는 게 트렌드가 되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12주에 어땠지? 하면서 블로그 같은 것들을 구경하고, 찾아보시기도 하고, 그러다가 공유된 빌리와 베이비빌리의 콘텐츠를 보시고 ‘근데 이 앱 뭐야?’하고 다운로드하는 게 지금까지도 가장 흔한 유입 경로예요.

*리텐션: retention, 재방문율

Q. 사실 임신이라고 하면 너무 막막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빌리지베이비에는 ‘재미난’, 그리고 ‘유쾌함’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인도 굉장히 예쁘고요! 의도적으로 노력하시나요?

빌리지베이비

MZ세대를 관통하는 철학을 하나 꼽자면, 저는 ‘유쾌함’인 것 같아요. ‘FUN’. MZ세대는 재미없으면 안 움직이잖아요. 환경보호도 재미있고 힙하게 하고요. 그래서 저희도 늘 생각해요. 임신/출산이라고 해서 꼭 한없이 따뜻해야만 하나?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되게 따뜻한 서비스, 임신/출산을 케어하는 서비스잖아요. 따뜻한 회사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희는 아주 재밌고 짓궂어요.

저희는 콘텐츠 쓸 때도 적절한 짤(meme) 쓰는 거 좋아해요. 너무 위험만 강조하는 콘텐츠는 싫어요. 과학적으로 설명은 하되, 유쾌한 지점을 남겨두는 거죠. 임산부 부종 콘텐츠를 쓸 때, 저염식 다이어트 관련 내용을 쓰고 ‘저염!’ 짤을 넣는 식이에요. 웃으면서 넣고, 앱 개발하고 그래요. 그게 재미있어서 엄마들이 계속 써주시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도 재밌어하면서 만들고, 또 재밌게 봐주시면 좋잖아요. 코드는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짤을 너무 많이 쓰고 재미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조금 자제하고 있기도 해요. 

Q. 사용자로부터 받았던 피드백 중에 좋았거나 뿌듯했던 것이 있을까요?

저희 회사에 지원하신 분 중에서, 임신 중에 빌리를 너무 잘 쓰셨던 분이 계셨는데, 아기와 생각보다 빨리 헤어지게 되면서 빌리를 더는 못 쓰시는 게 아쉬웠대요. 빌리를 지워야 하나, 계정 초기화를 해야 하나, 빌리에 임신 준비 단계가 있었으면 좋겠는 데 없어서 고민하시다가 결국엔 그냥 내가 이 회사 가자 이런 생각을 하셔서 지원하셨대요. 그래서 이제 임신 준비 단계도 같이 기획해서 앱 자체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도 뿌듯했어요. 우리가 진짜 든든하다 못해 헤어지기 싫은 존재구나, 좋기도 하고,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Part. 2. 엄마라서, 거침없이.

“패닉이 적었던 이유는 ‘많이 알아서’ 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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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몇 년 차, 대표로서는 몇 년 차인가요? 

대표는 3년 됐고, 이제 4년 차고요, 아기는 이제 6개월이에요. 엄마는 6개월 차네요. 회사가 좀 더 힘든 것 같아요. 아기는 지금 당장 어려운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Q. 대표님도 임신하시고 출산 이후에 베이비빌리를 사용하셨죠? 사용 후기가 궁금해요. 사용하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베이비빌리 덕분이라고 말해야겠죠?(웃음) 임신은 쉬웠어요. 기본적으로 건강하고, 임신/출산하고 출산 호흡 이런 것도 많이 알고 갔어요. 제가 주 양육자처럼 키우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패닉이 적어서 쉬웠던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많이 알기 때문이었고요. 

많은 임신 출산 정보들이 두려움을 자극하도록 설계 되어있어요. 뭐 하면 안 될 것 같고, 뭐하면 아이가 평생 잘못될 것 같고. 이런 두려움과 불안함을 기반으로 마케팅과 세일즈(sales)를 하고 있죠. 그게 싫었고, 치사했고, ‘저렇게 모객은 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필연적으로 콘텐츠를 준비할 때 자연스럽게 많이 알게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임신 출산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 이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네’, ‘이건 이런 것 때문이네,’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쉬웠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가 저희를 소개할 때 ‘엄빠의 삶을 편하게 만드는 베이비빌리’라고 하거든요. 정확한 정보를 드려서 편안하게 해드리고 있다고 자부해요. 많이 아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Q. 베이비빌리와 아기가 같이 크는 거잖아요, 둘에게 바라는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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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네요. 아기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고요, (고민) 회사도 그렇네요. 둘 다 살아만 있어다오… (웃음) 

저희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했어요. 성장통이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잘 헤쳐 나가고 싶다는 고민이 있어요. 회사도, 아이도, ‘키워나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의 고민이 늘 있는 것 같아요. 그냥 키우는 거 말고 잘 키울까 하는 고민이요.

Q. 아이 키우면서 일을 하는 분들의 마음에 늘 있는 건 죄책감 같아요. 죄책감 갖지 말라고 조언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잖아요. 대표님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주말에는 아기 돌보면서 일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때는 회사 일은 회사 일대로 잘 안 되고, 아기는 저기 뒤에서 콧물 흘리면서 울고 있는 걸 보면 애한테도 또 정말 미안하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남자들은 이런 생각 안 할텐데, 하면서 그 죄책감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지구 상에 어떤 남자가 일하다가 자식을 보면서 ‘내가 쟤를 위해서 회사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겠어요. 이미 의학적으로 아기는 3살까지 엄마가 키울 필요가 없다는 게 검증됐어요. 짧은 시간이라도 얼마나 잘 보내는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에요. 

일 할 때는 죄책감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난 그냥 직장인이라고 생각해요.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요. 

Part 3. “쿨하게 ‘안녕히 계세요!’라고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Q. 가임여성 1명당 0.84명인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출산율이 진짜 낮고. 임신/출산을 하지 않는 게 대세 아닌 대세인 현실에서 임신/출산 관련 앱과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표님의 입장이 궁금해요. 

대부분의 선진국은 출산율이 낮잖아요. 그냥 사회가 진보하는 거라 생각해요. 사회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게 된 거죠. ‘생각해보니 나는 애 낳기 싫어.’ – 그런 건 당연히 존중해요. 

베이비빌리가 고민하는 포인트는 그다음이라 생각해요. 당장 아주 막막하고, 내 건강이 너무 염려되고, 다시는 경력 복귀 못 할 것 같은 분들, 그런 것까지 베이비빌리가 도와드릴 방법을 늘 고민해요. 저희가 지금 15명이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가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10명은 결혼은 했지만, 아기가 없어요. 그분들이 출산을 고민할 때, 베이비빌리가 ‘날 설득해 봐.’ 이렇게 접근을 하세요. 내부 직원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죠.

Q. 인터뷰 시작 전에 갑자기 박수를 치면서 시작했어요. 투자 유치 축하드립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대표님의 이야기까지 담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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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의 특성상, ‘졸업’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고, 투자까지 성공하셨는지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졸업한다는 것은 큰 문제죠. 앱을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되는 거잖아요. 저희도 졸업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저희가 처음에는 우리 앱 안에서 임신 주수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었어요. 스파크랩에서 시드 투자를 받으면서 스파크랩에서 내준 과제는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늘리는 거였어요. 라이프 사이클을 늘리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하면서요. 그래서 올해 초부터는 0세에서 돌(1세)까지 늘리는 작업을 했고, 2세까지 가는 게 일단 저희의 목표예요. 엄마와 아기가 서울이든, LA이든, 사는 곳과 상관없이 임신부터 0~2세, 행동으로 보면 아기들이 고개를 가눌 때까지는 거의 비슷하거든요.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 : 상품의 수명주기. 상품의 단계를 ‘도입기-발전기-성숙기-포화기-쇠퇴기’로 구분한다.

투자받으면서 저희는 사용자를 졸업 안 시키겠다고 했어요. 인생의 대변혁기인 임신/출산이라는 터널을 지날 때, 베이비빌리가 문지기 하겠다고, 무조건 베이비빌리 쓰게 하겠다고 했어요. 

임신/출산할 때, 결혼하는 만큼이나 뭘 많이 사고, 쓰게 돼요. 결혼이나 입시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이야기할 때는 ‘결혼 한 번밖에 안 하잖아.’, ‘대학 한 번 밖에 안 가잖아.’ 라고는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임신/출산이라는 소비의 대변혁 기간을 꽉 잡는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했어요.

물론, 투자사마다 관점이 달라요. 이전에 작은 시장이라도 믿고 투자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그 회사를 설득하는 건 어려워요. 이런 경우, “아니에요, 저희 시장 커요.”라고 설득하는 건 오히려 저희도 시간 낭비죠. 쿨하게 “안녕히 계세요.”하고 다음을 준비했어요.

빌리지베이비

Q. 너무 좋은 자세라고 생각해요. 투자자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팁을 더 전수해 주실 수 있을까요? 

투자 의사가 없을 때에도 스여일삶을 많이 봤고, 정보도 많이 얻었어요. ‘헤이조이스, IBK 창공’ 같은 프로그램들 진짜 열심히 했고, 꾸준히 참여했어요. 스여일삶에서 스파크랩 홍보를 했었잖아요, 저희가 그 기수 스파크랩 들어갔거든요. 스여일삶 덕분에 할 수 있었어요.

그분들은 어쨌든 회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게 일인 분들이에요. ‘만나서 너희랑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시는 분들은 한 분도 없어요. 커피 한잔하러 갈 때도 열정만으로 가기보다는, 회사 데이터 같은 자료도 들고 가요. ‘저희는 데이터 기반으로 회사 키워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보여주고, 그 이후 본격적인 미팅으로 이어졌어요.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이기도 한데요, 평소의 네트워크를 잘 넓혀놓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가진 명함에 있는 투자 담당자에게 모두 이메일을 보냈어요. 그런데 너무 민망할 정도로 단 한 분도 연락이 없었어요. 너무 아쉬웠죠. 

네트워킹이라는 게 사실 시간 낭비 같잖아요. 어디 가서 와인잔 하나 들고 어색하게 있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그게 진짜 어려운 거고, 특히 여성 창업가들이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이게 일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평소에 알던 분이라도, 상대방이 필요해서 만나는 거라 생각하지는 않을까, 괜한 우려도 되고요. 하지만 가볍게 생각하면, 페이스북 친구 신청하고, 댓글 하나 달고, 이런 것도 다 네트워킹이 될 수 있어요. 그걸 평상시에 안 했던(못 했던) 게 되게 아쉽더라고요.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분들이잖아요. 그분들도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 알고 싶겠죠. ‘그래, 궁금해하니까 우리가 좀 알려준다.’라는 생각으로 연락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내 돈 뺏어가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분은 없어요(웃음). 계속 눈도장 찍고, 나름대로 업데이트하고, 그리고 온라인을 많이 활용하세요. 저희는 투자 라운드가 끝났으니, ‘2년 전 데모데이 했었던 베이비빌리지입니다. 투자 라운드 마무리하면서 인사 차원에서 연락드립니다.’ 이렇게 해보려고 해요. 

Q. 스파크랩 데모데이를 통해 첫 투자를 받으셨는데,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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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랩 데모데이 16기 프레테이션 중인 이정윤 대표
(*데모데이 영상 보기: https://youtu.be/DF4bfr8IqmQ)

너무 좋았어요. 저는 회사를 2018년에 만들고 투자 없이 있다가 작년에 비로소 투자받았어요. 그동안 투자받지 않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스파크랩 전과 후의 속도가 달라졌어요. 저희 초기 구성원 5명이 행복하게 사업하고 있었는데, 그다음부터 멱살을 잡혀가며 사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때 마침 앱이 나와서 보지 않았던 데이터를 분석해야 했는데, 스파크랩은 경험이 많다 보니, 봐야 할 데이터를 바로 짚어 주었어요. 그들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니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고 있던 거죠.

창업가라면 처음부터 투자를 받을지, 말지 생각이 되게 많으실 거예요. 유명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많은데 나도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저는 ‘양육’ 당하는 것 정말 강추해요. 다들 숙제 검사 안 하면 안 하게 되잖아요. KPI* 목표 같은 것도 아무리 관리한다고 해도 월 단위로 하게 되고 느슨해질 수 있는데, 주차 별로 면밀하게 관리당하고, 관리하는 법 배우고, 그런 것들이 되게 고무적이었어요. 유의미한 데이터 기반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죠.

*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 측정가능성을 고려한 지표로 주로 매출이나 비용 등 재무성과를 주된 지표로 활용한다.

그리고 투자사를 만날 때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저희가 만나고 싶은 회사를 이야기하면 다 연결해 주셨죠. 정말 바쁘실 텐데 매주 오셔서 회사별 면담, 투자 계약서 등 다 도와주시고, 고민 있을 때 전화로 상담도 다 해주시고. 이런 전화가 한두 명이 아닐 거잖아요. 저 같은 사람이 100명 있을 텐데도 정말 잘해주셨어요.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사외 이사님이시다. 다만 급여가 없을 뿐이다.’했어요. 스파크랩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다 받았죠.

Q. 서로 시간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도움을 정말 잘 받으셨네요. 도움을 잘 받기 위해, 대표님만의 의사소통 비법이 따로 있었나요?

일단, ‘감당이 되니까 뽑았겠지’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너무 조심스럽게 하려고 하지 않았죠. 그러다 보면 도움 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철면피 깔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스파크랩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여성 대표들이 오히려 약해 보일까 봐 도움을 많이 못 구한다고. 우리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니까 제대로 도와달라고 하세요. 물론, 아무 노력 없이 도움만 요청하는 건 안되죠. 뻔뻔하게 도움 요청하기,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 망설이지 말기 – 이 두 가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도움을 청한다고 약하거나 바보인 거 아니잖아요. 오히려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요!’라고 당당하게 질문하면, 바보가 아닌 게 되는 거니까요.

Q.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특히 팀원을 구성할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세요?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지 궁금합니다. 

빌리지베이비 구성원 모두 굉장히 좋아요. 저희 구성원을 소개하는 회사 소개가 있는데, 대부분 이 소개를 보시고 지원하시고, 회사와 잘 맞는 분들이 오셨어요. 그분들이 퇴사하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럼에도, 육아하는 몇몇 분들이 떠나게 되어 가슴 아팠어요. 그분들이 퇴사한다고 할 때에는 면담을 엄청 했어요. 회사나 저에게 무엇이 부족했고, 어떤 부분이 채워지면 떠나지 않을 건지 물어봤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본인이 강력하게 희망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재택근무라고 해도 6시간 정도만 근무하는 걸 회사에서 권고해요. 그래야 잠시라도 쉬고, 아이가 하원 하면 육아에 집중할 수 있으니깐요. 저희는 육아하는 여성들이 더 많이 오셨으면 좋겠고, 전 직군이 육아 경험 우대예요. 개발자도, 기획도, 마케터도, CS, 물류까지도, 전부 다요.

Q. 대표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제현주 대표님 좋아해요. 멋있어요. 글도 읽고 투자 준비하면서 조언도 받았고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었죠. ‘You can’t be what you can’t see.’라는 말처럼, 보이는 대상이 있어야, ‘나도,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독일은 남자  아이들이 남자도 총리 될 수 있냐고 물어본대요. 메르켈 총리가 오래도록 자리를 유지하기 때문이겠죠. 제현주 대표님 같은 분이 업계에 있기 때문에 ‘아닌데? 여자도 할 수 있는데?’라는 말을 할 수 있죠. 정말 든든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Part 4. 유쾌하게, 거침없이

“누군가 임신, 그리고 출산을 편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Q. 저출산 시대이지만, 아이를 낳고자 결심하신 분들께 빌리지베이비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저희가 추가하려는 기능들이 결국은 온 마을을 위한 거예요. 지금의 앱은 부부끼리만 공유돼요. 사용 후기 중 하나가, 동생(아이의 이모)한테 공유하고 싶어 이모 대신 아빠로 등록하고, 진짜 아빠는 등록하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족 추가 기능을 확장하려고 해요. 손주가 뱃속에 있을 때 혹은 내 딸이 임신했을 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궁금할 텐데 저희 앱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거죠.

이런 기능을 추가하면, 부모 외에도 베이비빌리 앱을 사용하는 분들이 늘어나게 되겠죠. 사업이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키즈존, 임산부석 등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도 좋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회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임신/출산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돕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MZ세대의 임신/출산을 더더욱 유쾌하게 만들어 가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종종 들여다봐 주세요!

Q.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다음 세대가 그 짐을 다 짊어져야 한다는 우려가 많죠. 이 시점에서 ‘베이비빌리’는 더욱 소중하고, 잘 되기를 응원하게 돼요. 

감사합니다(웃음). 저희가 태담을 보내드리는 기능이 있어요. 과학적으로도 중저음의 목소리가 태아한테 더 잘 들린대요. 그래서 ‘아빠가 읽어주세요.’라고 알려 드리고, 실제로도 많이 활용하세요. 그게 뿌듯하더라고요. 사용자들이 매일 들어와서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태담을 통해 아빠가 아기한테 더 많은 관심을 두고 태중에서부터 애착형성이 더 잘 되고, 아기도 건강하게 태어나고, 아빠와의 관계도 계속 좋아질 거라 생각하니 더 감사한 마음이 들죠.

베이비빌리가 있기 전과 후의 아이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저출산과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하니,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드네요.

Q. 그러면 지금 6개월인 아기에게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세요?

‘우리 엄마는 자기 삶 사느라 바빴어.’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난 우리 엄마가 너무 멋있고 좋았어.’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저희 부모님도 그랬고요. 바쁘셨고 자기 삶 살아나가시는 게 멋있었고요. 저도 저희 부모님을 닮은,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거나 창업하신 여성 분들께 꼭 하시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여성 창업가가 점점 많이 생기고 있고, 당연한 일이고, 놀라운 일도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나오셔도 좋지 않을까요? 상품처럼 자신을, 회사를 내놓고 ‘자, 이제부터 나한테 투자할 사람 손들어봐!’ 이렇게 당당하게 더 많이 나와주세요.

실제로 제가 친구들이랑 이야기해보면, 똑같은 시리즈의 단계에 있는 친구들인데도 여성 대표님들이 보수적으로 투자받으시는 것 같아요. ‘아직 시리즈B 갈 단계는 아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데, 남자분들은 그런 거 없이 ‘아 우리 이제 시리즈C 가야지.’ 이러는 거죠.

빌리지베이비

우리가 조금씩 억지로라도 사회 편견 깨 나가는 거, 재미있잖아요. 그런 걸 같이 해 나갈 동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6개월차 엄마이자 창업가인 이정윤 대표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엄마라서, 여자라서, 스타트업 종사자라서,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들에 대해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정윤 대표님의 당당하고, 유쾌한 에너지가 이 인터뷰를 만나게 된 분들께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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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2편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스여일삶 김윤진, 윤성원 에디터 / 편집 : 구아정, 김지영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