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난로 하나가 당신의 연애사를 바꾼다.’

국립국악원
손난로

(출처: 픽사베이)

아무리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날이어도 외출을 해야 하는 가엾은 영혼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커플. ‘추위에 약하니 겨울 한정 히키코모리가 되겠다’라는 남자(혹은 여자)의 굳건한 의지와는 달리, 애인과 잠깐 카톡 하다 보면 어느새 홀린 듯 광화문∙홍대∙잠실 등지에 나와 있다.

두 사람은 추위에 덜덜 떨면서 데이트를 할 터다. “춥네요.”, “그러게요.” 같은 무미건조한 대사를 주고받으며 이번 주말도… 다음 주말도… 그다음 주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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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 제 손난로 받으실 분…

데자뷔를 보는 것처럼 같은 장면과 대사가 데이트 때마다 반복된다면 휴대용 손난로를 써보자. 춥다는 상대방 손에 손난로를 슬그머니 쥐여주면, 그녀(혹은 그)는 당신의 배려에 깜짝 놀라면서 얼굴이 붉어질 것이고, 곧 로코풍 BGM이 깔리며 키스…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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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에도 기사로 났다 (출처: 구글뉴스)

필자의 뇌피셜이 아니다. 진짜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남웨일즈대학(South Wales University) 연구팀이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피험자들 손이 따뜻해지자 타인에게 훨씬 친절해지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더라.

자, 배우신 분들의 연구 자료도 봤으니 이제 상대방에게서 감탄을 끌어낼 손난로를 골라볼까?

아직 썸 단계 : 일회용 핫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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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은 언박싱이다 (출처: 픽사베이)

‘오늘부터 1일’을 선언하지 않은 썸 단계 커플은 언박싱 직전 같은 사이다. 적당한 호기심과 호감을 유지하면서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배려가 필요하다. 이런 단계의 연인에겐 기브 앤 테이크에 부담이 적은 핫팩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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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핫팩 (현재 최저가 120원)

핫팩은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고, 저렴하며, 교체도 쉽다. 부직포 주머니를 흔들면 내부의 철이 촉매와 혼합되면서 뜨거워지는데, 일회용이긴 하지만 열이 꽤 오래가는 편이다. 그만큼 상대방에게 오랜 시간 온기를 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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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겁게 하려면 팔 살이 흔들릴 만큼 쉐킷해야 한다 (출처: 따뜻핫팩)

단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핫팩은 겨울철 판촉물 단골 소재인 만큼 상대방의 극적인 감동을 끌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상대방이 물질주의자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으니 미리 대상의 성향을 파악해 준비하길 바란다. 또 핫팩은 온도 조절이 안 된다. 맨손으로 장시간 만지면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반드시 얇은 손수건으로 감싸서 사용하길 바란다. 상대방이 사소한 일에 감동을 잘 받는다면 이런 매너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장점 : 가격 저렴, 사용하기 편리함

단점 : 일회용, 온도 조절 불가

초기 연애(3개월~6개월) : 충전식 휴대용 손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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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는 간과 쓸개를 빼줘도 아깝지 않다 (출처: 픽사베이)

사귄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커플은  서로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금전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상대방에게 자신의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퍼붓는다. 이런 초기 연애 커플에게는 충전식 손난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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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프렌즈 스틱형 손난로 보조배터리(현재 최저가 23,900원) 귀요미 캐릭터 손난로 (현재 최저가 16,470원)

충전식 손난로는 편리한 사용법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전원 버튼만 누르면 빠르게 발열하기에 핫팩처럼 운동 수준으로 난로를 흔들 필요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충전식 손난로는 2~3단계 온도 설정이 가능하며, LCD 창을 통해 온도를 표시해주는 제품도 있기 때문에 현재 온도에 맞춰 몹쓸 드립도 칠 수 있다(예: 지금 내 마음은 100°C로 끓고 있는데 이 녀석은 아직 50°C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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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통한 거울식 손난로 (현재 최저가 26,900원)

또 충전식 손난로는 배터리 발열 원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조배터리 기능이 대부분 가능하다. 요즘에는 보조배터리와 LED 램프, 거울까지 탑재한 활용도 높은 제품들도 많기 때문에 헤어지더라도 상대방이 제품을 버릴 가능성이 작다. 전 연인의 선물을 간직하고 있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아쉬운 이별을 한 연인에게는 충전식 손난로만큼 좋은 선물이 없을 것이다. 첨언하자면 연인들이 가장 많이 이별할 때가 3~5개월 사이라고 한다.

참고로 충전식 손난로는 저온 화상 방지를 위해 50도 이상 발열 시 전원을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어서 개인에 따라 미지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전자 제품이라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스키∙스노보드처럼 겨울 스포츠 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장점 : 반영구적 사용 가능, 온도조절 가능, 보조배터리와 LED 램프 등 부가 기능

단점 : 습기에 약함, 조금 낮은 체감 온도

중기 연애(6개월~2년) : 똑딱이 손난로(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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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 연애는 남사친, 여사친 느낌이다 (출처: 픽사베이)

중기 연애 커플은 초기 연애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그렇다 보니 1~2년 전 연애 시기와 비교하며 초창기 감정을 그리워할 때가 많은데, 이런 연인에게는 액체형 똑딱이 손난로 선물이 좋을 것이다. 왜냐고? 2020년 최고로 히트한 대중문화 ‘싹스리’를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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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을 찢어놓은 싹쓰리 (출처: mbc)

지난해 이효리·유재석·비로 구성된 혼성그룹 싹쓰리가 90년대 음악적 감성을 담은 ‘다시 여기 바닷가에서’로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옛 추억이 어린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를 아련한 추억에 강제적으로 풍덩 빠뜨려 감성적으로 되게끔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추억은 강력하다. 사람들은 추억에 약하고 옛날 아이템을 손에 쥐면 감상에 젖으며 마음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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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양 설핫 우피 똑딱이핫팩 펭귄(현재 최저가 1,760원)

액체 손난로는 단돈 500원에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살 수 있던 상품이었다. ‘똑딱이 손난로’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는데, 액체 안에 들어 있는 쇳조각을 ‘똑딱’ 구부려서 사용하기에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 사용 후 뜨거운 물에 넣으면 다시 쓸 수 있지만, 발열 온도와 유지 시간은 처음 쓸 때보다 약해진다. 

문제는 지나치게 예민한 일부 연인의 경우 이러한 액체 손난로 특성 때문에 더 감정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예: 우리 사랑, 꼭 이 손난로 같네. 쓸 때마다 식어가). 그러니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손난로는 꼭 애인의 성향에 맞춰서 선물하도록 하자.

장점 : 추억 마케팅, 저렴함

단점 : 사용할수록 온도 지속시간이 짧아짐

중장기 연애(2년~5년) : 기름 손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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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에서 친구, 다음은 가족이다 (출처: 픽사베이)

연애 기간이 2년 이상인 중장기 커플들은 연인에서 가족 같은 사이로 변화를 준비 중인 관계다. 육체적, 감정적 교류도 충분히 나눴고, 일부 연인의 경우 통장 잔고까지 파악할 정도로 서로에 대해 투명하다. 이 단계의 연인들은 자칫 권태기에 빠지기 쉬운데 이 경우 뻔한 손난로로는 감정을 흔들기 어렵다. 더 자극적이고 화끈한 손난로가 필요한데 그것이 기름 손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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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터 같지만 손난로다

캠핑 마니아 사이에서 이름난 기름 손난로는 언뜻 봐서는 지포 라이터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기름 손난로는 백금촉매 화구, 초기 점화 심지, 스파크 휠, 손난로 본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촉매 화구 뚜껑을 열고 기름을 넣으면 불이 붙으며 본체를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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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코크 자이언트 손난로+오일 133ml (현재 최저가 34,310원)

충전식 전기 손난로는 배터리가 방전되면 다시 충전해야 쓸 수 있지만, 기름 손난로는 기름을 공급해주면 대기 시간 없이 계속해 쓸 수 있다. 기름 소모량도 적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40~60mL면 약 40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 기름 손난로에 사용 가능한 지포 오일이 133mL에 2천 원 정도이며, 소모 부품인 화구는 몇 년에 한 번 갈면 되는데 이 역시 가격이 몇천 원대에 불과하다. 

Icicle Lights
Icicle Lights

▲ 사실 손난로가 중요한 게 아니고 캠핑이 중요하다 (출처: 픽사베이)

단점은 기름 냄새가 나고 온도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정도인데 캠핑장에서 사용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자, 중장기 연애 커플에게 이 제품을 추천한 이유를 알겠는가? 캠핑장에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 그것도 대자연의 품에서 즐기는 캠핑은 플랫한 연인 관계도 단숨에 요동치게 만든다. 캔들 수십 개 켜놓고 하트 모양 풍선 여러 개 불어서 이벤트 준비하는 것보다 숲속에서 기름 손난로 하나 쥐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으니 권태기 커플은 당장 시도해보길 바란다.

장점 : 재사용 가능, 오랜 시간 사용 가능, 뜨거운 온도

단점 : 온도 조절이 어려움, 기름 냄새

장기 연애(5년 이상) :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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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끼리는 손 잡는 거 아닌데… (출처: 픽사베이)

연애 기간이 5년을 넘은 장기커플은 혼인신고 안 한 가족이다. 이별과 재회도 수없이 반복하고 권태기도 여러 번 극복한 이들은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의 돛단배 같다. 평화롭지만 지루하다. 이런 연인에게는 돌멩이를 던져줘야 한다. 여기서 돌멩이란 추상적 개념이 아닌 진짜 돌멩이를 말한다.

레트로나 뉴트로의 장점에 대해서는 앞서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사용하던 손난로를 ‘짠’ 보여줌으로써 호기심과 감성의 프로보크(Provoque) 정도는 가능하지만, 고작 몇 년의 회귀로는 큰 가산점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통 크게 조선 시대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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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만 원대 에르메스 짱돌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출처: 에르메스)

조선 시대의 주요 손난로는 바로 돌이었다. 사극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화롯불에 달군 조약돌로 여인의 마음을 훔친 <추노>의 명장면을. 돌은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기 때문에 생각보다 손난로로서의 성능이 좋다. 단 맨손으로 만지면 화상 위험이 크므로 천을 둘러 사용하자. 물론 뜨거운 연정을 표현하기 위해 천을 벗겨내면서 ‘이게 내 마음의 온도야!’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주: 화상 입은 상대방의 고소에 대해서 본 매체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장점 : 높은 성능, 저렴함을 넘어선 0원

단점 : 화상 가능성, 데우는 데 시간과 정성이 필요함

부부(기간 무관) : DIY 손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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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쓰고도 욕 먹기 쉬운 게 가족 사이다 (출처: 픽사베이)

법적 가족으로 묶인 연인은 손난로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아이 낳고 키우느라 한 푼이 아까운 부부 사이에서 손난로를 선물했다가는 ‘그냥 돈으로 주지, 쓸데없는 데 돈 버렸네’라며 구박만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 선물하기 좋은 손난로는 무엇일까? 필자는 수제를 추천한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드는 것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울릴 수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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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전문점에 가면 원두 찌꺼기를 무료로 나눔 받을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손난로 만드는 법은 매우 쉽다. 우선 애인의 어여쁜 얼굴을 천에 프린트한 뒤 곡물류나 커피 찌꺼기를 채워 넣는다. 곡물은 열전도율이 높아 열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또 원두 찌꺼기를 사용할 경우 커피 향이 은은하게 풍겨 방향제 효과도 볼 수 있다. 참고로 원두 찌꺼기는 스X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에 가면 무료로 얻을 수 있다.

완성된 손난로를 전자레인지에 30초~1분 정도 돌리면 1시간 가까이 따뜻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단 곡물 손난로는 오래 사용하면 벌레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단기간만 사용하길 권한다.

혹시 배우자가 특정 인물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그 대상의 얼굴 혹은 형체를 프린트해서 난로를 만들어주자. 이혼당할 일 있냐고? 끝까지 들어보자. 열기가 사라져 쓸모가 없어진 손난로를 배우자 앞에서 태우는 것이다. 분노의 대상이 불타는 광경을 보며 배우자는 희열을 느낄지도 모른다. 내면의 감정이야말로 가장 멋진 난로니까.

장점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난로

단점 : 만들기 번거로움, 관리가 까다로움, 화재 위험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 이현수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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