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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이 수학 공부를 할 때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하는 과정만 반복한다. 그리고 그것이 수학을 공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학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제 풀이에 집중하기 전에 문제를 읽고, 그 속에 담긴 수학적 개념을 떠올리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문제 풀이보다 문제 이해가 먼저인 것이다.

수학을 전공한 초등 교사인 저자가 14년 동안 교실 속 아이들과 함께 매일 공부를 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집약한, 수학 공부의 실전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똑똑한 아이들

Q1, ‘수학을 잘하려면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수학은 계산하는 거 아닌가요? 두 가지의 연관성이 궁금합니다.

수학을 진짜 잘하기 위해서는, 계산과 문제 이전에 ‘문해력’이라는 어휘를 이해해야 합니다. 흔히 문해력이라고 하면 국어 교과를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글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사용하고, 글로 소통하는 능력이 문해력의 본질입니다. 국어 교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라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죠.

수학이라고 해서 숫자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수와 관련된 다양한 글이 나오고, 이걸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도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죠. 당연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문해력이 있는 학생들이 수학도 잘합니다.

앞으로의 초등 수학에서는 깊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서술, 논술형 문제의 비중이 높아질 겁니다. 물론 중·고등학교에서의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고요. 그렇게 된다면 결국 문해력이라는 힘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겠죠?

Q2. 수학 노트 쓰기의 중요성도 강조하셨는데요. 암기 과목이 아닌 수학에 왜 노트 쓰기가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 요령을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초등학교라는 공간에서 매일 아이들을 관찰하며 깨닫게 된 게 있습니다. 수학 잘하는 아이들은 수학 노트를 쓴다는 사실입니다. 수학책에 문제를 풀 공간이 있는데도 그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학 노트를 꺼내 씁니다. 칠판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따라 쓰지 않고 수업 시간에 설명한 내용 중 중요한 단어나 문제 풀이 방법 등을 기록하더라고요.

이렇게 수학 노트를 쓰는 것은 메타인지를 작동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노트를 쓰면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해보게 되거든요.  수학 노트 쓰기와 관련해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요령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 문제와 문제 사이는 두 줄 비우기. 보통 문제와 문제 사이를 비우지 않고 붙여 씁니다. 그런데 두 줄 정도 비워서 쓰게 해보세요. 여백으로 인해 문제가 눈에 훨씬 잘 들어옵니다. 둘, 수식은 한 줄에 하나씩만 쓰기. 수식이 보기 쉽게 정리되면 문제 풀이의 오류도 줄어듭니다. 셋, 오늘 배운 내용에 대한 성찰 쓰기. 수학 노트의 아래쪽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쓰게 해보세요.

▶ 오늘 수업에서 새롭게 배우게 된 개념이나 지식은?
▶ 오늘 배운 내용 중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은?
▶ 오늘 계산 실수가 일어났던 부분은?
▶ 내가 이런 계산 실수를 하게 된 이유는?

수학 노트를 쓰는 목적은 지식을 잘 기억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 생각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함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Q3. 사실 고백하자면, 엄마인 저도 수포자였거든요. 근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잘하는 아이와 포기한 아이는 내신과 등수가 확실히 차이가 나더라고요. 제 아이만은 수포자를 만들고 싶지 않은데, 부모인 제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요?

엄마가 수포자면 아이도 수포자가 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수학을 잘하고 못하는 게 DNA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물론 그렇진 않죠. 수학을 대하는 태도가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을 포기했던 제 친구에게 어떤 이유로 수학을 포기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는 세 가지 이유를 말해줬습니다. 하나, 엄마도 수학을 싫어했다. 둘, 엄마가 수학책을 보는 날에는 꼭 다퉜다. 셋, ‘선생님께 물어봐!’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정곡을 찔린 느낌이 드셨다면 지금부터 제 이야기에 더 집중해주세요.

한 사람이 짜증을 내면 그 주변 사람들도 짜증을 내게 된다는 이야기 들어보았나요? 항상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행복 바이러스’ 성향의 사람들과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사람의 감정은 전염됩니다. 수학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엄마가 가지고 있는 수학에 대한 감정이 아이들에게 전달됩니다.

나는 수포자였지만 우리 아이만은 수포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못 풀어도 ‘해 볼만한 것 같은데?’, ‘흥미로운데?’ 라는 느낌만 주어도 아이에게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Q4. 초등 수학에서 선행보다 중요한 것이 ‘심화’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아이가 어려운 문제들을 풀다가 수학에 질리게 될까 봐 걱정되더라고요. 초등 수학 심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한 문장으로 말씀드리면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입니다. 두 문장으로 말씀드리면 ‘초등 수학에서 문제를 푸는 공식을 달달 외워 문제만 많이 맞히는 건 중요하지 않다.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요지가 ‘이해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건 충분히 전달되었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배우는 선행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나를 알더라도 확실히, 제대로 아는 게 학습의 기본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최상위 초등 심화 수학 문제를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처음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학책과 수학 익힘만 풀어온 학생이라면 손도 못 댈 복잡한 문제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현재의 내 수준을 넘는 문제에 도전해야 성장이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도전해봐야 해요. 틀릴 게 뻔해도 풀어봐야 해요. 그러려면 어머니께서 아이들이 문제를 틀리고 맞는 것에서 자유로워지셔야 합니다. 맞고, 틀리는 것에 집중하는 대신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세요.

Q5. 미래형 창의융합 인재를 키우기 위해 앞으로 서술형 수학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텐데요. 그 준비를 앞둔 아이들과 부모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갑자기 분위기에 맞지 않게 주식 이야기 좀 할게요. 주식 계의 유명한 명언이 있습니다. “급등주는 피해라.”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진짜 부자는 갑자기 되지 않고, 천천히 된다는 ‘부의 속성’과 연결된 말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죠? 이 원리는 초등학생들의 수학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 아이가 갑자기 수학을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이 많지만, 수학만큼은 천천히 잘하는 게 좋습니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계열성’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알아야 하는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다음 내용을 이해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느닷없이 수학을 잘하게 되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수학은 점수보다 이해에 집중하며 천천히 잘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 아이의 사고방식을 이해에 집중하도록 바꾸려면 부모님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부모 상담 때 “우리 00이 몇 점 받았어요?”나 “반에서 어느 정도 되나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선생님, 우리 애가 잘 아는 개념과 어려워하는 개념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셔야 합니다.

수학을 대하는 관점을 바꾸면 갑자기 잘하는 것, 빨리 잘하게 되는 것은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느끼실 겁니다. 무엇을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될 것이고요. 이게 바로 수학을 포함한 학습을 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비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