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거 사갈까.”

“저거 맛있어?”

“맛있겠지? 누룽지 통닭 우리 둘 다 좋아하잖아.”

“응 그럼 사.”

 퇴근길에 바깥양반과 나는 집 가는 중간에서 만났다. 나는 아이 먹일 딸기(유감스럽게도, 내 입에 들어올 딸기의 양은 많지 않다. 물론 그것은 나의 군것질 비선호 성향과 연관이 있다.)를 사고, 바깥양반은 올리브영에서 몇가지 화장품을 사고, 이제 집으로 향하는 길.

 그런데 집 바로 앞 길목에, 전기구이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우리는 전기구이통닭, 그것도 찹쌀이 든 통닭의 보유국인 것이다. 나는, 원래는 이런 경우 그냥 지나가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극심한 불경기와 러-우크라 침공 등으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의 하나로, 이 전기구이 트럭이 종종 거명되곤 한다는 것이다. 

 마침, 나는 이 찹쌀구이 통닭에 대한 유의미한 추억거리가 있다. 결혼 전까지 우리 가족이 오래 살고 있던, 지금은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이 서울 은평구의, 서오릉 넘어가는 바로 그 길목이다. 그곳에는 아주 오래된 터줏대감으로 장작구이 찹쌀통닭을 파는 집이 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는 진짜로 트럭에서 장작구이 통닭을 파는 집이었는데 2000년대 말엽이 되니 가게를 하나 잡았고, 2010년대부터는 프랜차이즈가 되어 경기북부에 제법 점포가 깔렸다. 

 서오릉 앞 신호등 아래에서 팔던 트럭이라, 그 이름 신호등 장작구이. 나에겐 이제 술에 취해 2차로 맥주를 마시러 가서 누룽지를 긁으며 드릉드릉 거리는 곳으로 남아있는 그 맛이, 요즘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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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양반의 동의에 나는 이내 차를 세웠다. 그리고 호기롭게 가서 “두마리 얼마예요?” 물었다. 안타깝게도, 원래 두마리 천원, 세마리 2천원 정도 할인을 해주던 통닭트럭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은 받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요즘 다들 어렵지 않느냔 말이다. 나는 카드 대신 지폐를 건내드렸고, 이내 사장님은 예쁘게 포장된 찹쌀통닭 두마리를 싸주셨다. 

 원래 치킨을 잘 먹지도 않은 사람이라 집 가는 길목에 바로 있는 이 통닭트럭을 결혼하고 이곳에 자리를 잡고 몇년간 늘 무심하게 모른척했다. 그리곤 집에 와서 떠들썩하게 요리를 하고 살거나, 바깥양반에 이끌려 떠들썩하게 외식을 하거나. 또 그런 이유 중에 하나는, 나는 여기가 찹쌀통닭인지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찹쌀통닭이라면, 이거 누룽지 눌러서 먹으면 못참는 거거든요. 

 그런고로 나는 집에 오자마자 아빠빠빠빠빠빠를 외치는 딸아이를 한번 안아준 뒤, 곧 집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봐주러 오신 장모님께서 배가 고프다고 바깥양반에게 전화까지 하셨단다. 포장을 뜯고, 이게…12호냐. 할튼 삼계탕 냄비에 들어가는 것보다 조금 큰 영계를 눕혀, 주리 틀려져 있던 다리를 풀어준 뒤, 칼을 대고 가슴살을 흐야! 퍽! 하고 쳐 내린다. 가슴뼈가 거슬려, 이 참에 빼낸다. 그리고 조심조심, 중간불로 달구어놓은 팬으로 살포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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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찹쌀통닭으로 만드는 찹쌀누룽지. 이거 하나면 사실 맥주 안주는 끝인데 아쉽게도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술은 절제 중이다. 집에서 이 누룽지통닭을 보고도 캔맥주를 꺼내지 못하는 슬픔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만은, 그러나 잘 찌어졌던 찹쌀은, 닭기름을 듬뿍 머금은채로, 기름기 없던 팬에서 고슬고슬, 익어간다. 고슬고슬, 눌러진다. 

 아빠빠빠빠빠빠하며 내 다리를 붙드는 딸네미마냥, 자알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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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걸 언제 꺼내냐의 승부인데, 그런 나에게도 이것은 처음 시도해보는 일이라 언제 꺼낼지, 알 수가 없다. 타면 안되잖아 그런데 배는 고프잖아 빨리 먹어보고 싶잖아 그렇다고 불을 키우면 타면 안되잖아. 나는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고 귀를 가져다대고 누룽지가 타닥타닥 익어가는 소리를 촉각한다. 아 그러면서도 배는 고프고, 방금 닭을 손질하느라 손에 묻은 닭기름을 한번 빨았을 때의 그 맛은 짭쪼름하고 아기는 아빠빠빠빠빠빠를 하고 나는 아직 옷도 못 갈아입었고…

 그렇게, 츄라이.

 자 츄라이 츄라이. 방금 전 트럭에서 꺼낸, 그래서 누룽지를 누른, 이 통닭. 아이를 함께 자리에 앉히고 먼저, 나는 고고하게 겨자에 한번 톡, 하고 퍽퍽한 가슴살부터 먹어본다. 캬. 감칠맛. 그리고 아래의 찹쌀을 꺼내, 누룽지 상태를 본다. 오, 괜찮아. 오호, 이거 괜찮아. 

 나는 이내 두번째 통닭을 반으로 갈라 팬에 올린다. 그리고 장모님과 아내 아니 바깥양반과 아이와 둘러앉아 빠르게 젓가락을 놀린다. 작은 영계라고 해도 찹쌀이 넉넉히 들어가 배도 금방 찬다.

“오빠 콜라 좀 가져와요.”

“응.”

 바깥양반이 실언을 했다. 내가 냉장고에서 작은 캔콜라 두개를 꺼내오자마자 아기는, 

“이꺼어 이꺼어 이꺼어어어어.”

 소리를 지른다.

“꿀- 끄을-“

 여기서 딸네미가 꿀-하는 소리는 먹겠다는 뜻이다. 안돼 아가아. 콜라는 안돼. 

 나는 아이를 안고 어렵사리 통닭을 전투적으로 뜯는다. 그리고 그 사이, 두번째 누룽지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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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 근데 어 이거 웬 일로,

“바깥양반 다리 안먹어?”

“나 아까 먹었어.”

“오. 나 그럼 결혼 이후 처음으로 다리 한번 뜯어보나.”

“드세용.”

 사실, 나는 닭다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살덩이라서 발라먹는 재미도 없고 닭껍질의 짭짤함도 없고. 살점이 없는, 특히나 영계라 더 없는, 날개가 나는 좋은데. 날개는 다행히 내가 세개인가…먹었다.

 그러나, 두번째 통닭을 식탁에 올리고 아이를 잠시 먹이는 사이, 나는 저 잘 익은 누룽지를 거의 먹어보지도 못했다. 맛을 아는 거야 다들. 저 맛있고 기름진 고소한 누룽지가, 바깥양반과 장모님 손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괜찮다. 오랜만에, 맛있게 누룽지 통닭을 먹었고 이렇게 두마리 단 돈- 만6천원. 세사람+아기 하나가 모처럼 집에서 재미나게 저녁을 먹었다. 우리집은 전기구이 찹쌀통닭 보유국이니까. 언제든 다시 누룽지 정도야 착착이지. 

원문: 공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