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셋에 아기 둘이요. 자리 있어요?”

국립국악원

“그럼 넷인 자리에 앉으셔야 하는데.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럼 이 안에.”

 다행이다. 나는 자리를 확인한 다음, 차로 와서 일행들을 내리도록 했다.

 아이가 아직 잔다. 나는 먼저 일행들-아내, 아내 친구, 아내 친구 아들-을 식당으로 들여보내고 아이를 안고 차에 남았다. 20개월인 아기를 끼고 부부가 함께 호혜롭게 식사를 할 방법은 없다. 잠은 아이를 품에 안고 차에 앉아서 나는 약 30분간, 아내와 친구가 식사를 마치길 기다렸다. 일행들이 식사를 마치면, 나도 나가서 식사를 할 예정이다.

울산회식당

 그나저나. 잡어 물회라니, 멀고 먼 울진까지 와서 나는 참, 별일이다 싶었다. 아니 세상에 잡어 물회를 물경 15000원이나 주고 먹어? 오징어는 2만원?

 그리고 세상에. 고작 잡어로 만들 물회를 파는 집이, 점심장사만 하고 마감을 칠 건 또 뭐야.

울산회식당

…뭐여이거.

 나는 30분 뒤, 아내가 전화를 걸어와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직- 12시가 갓 지난 시간인데, 영업종료.

…아니 아무리 일요일이라곤 해도 여기, 뭐 대단한 관광지라고 하루 90분 장사를 하고

…아니 그런데 또 뭐야. 자리가 바뀌었네? 실내 자리였는데 가운데 마당자리다.

“왜 여기 앉았어?”

“처음에 우리 오니까 자리 없다고 그래서, 우리가 여기 빈자리 아니냐고 하고 앉았어.”

“오빠 얼른 먹어요.”

“아니…내가 자리 맡아놓고 아기 둘 어른 셋 말하고 갔는데…맛있어?”

“맛은 있는데- 좀 모르겠어. 국물도 없고 국수도 안줘.”

“이거 맹물이야. 육수 아냐.”

“근데 벌써 영업 종료래.”

“응 우리 앉고 나서 얼마 뒤 마감됐대.”

 내가 자리에 앉자 아내와 아내의 친구는 수다스럽게 내게 말을 건낸다. 방금 분명 내가 자리를 맡아놓고 나갔는데 1분 사이에 자리가 없어졌다. 접객 친절도 이슈. 아니 12시 땡치는 집이…잡어를 파는 집이…왜 이래.

울산회식당

 나는 내 자리에 올려진 물회를 보았다. 잡어만 시켰구나. 에이. 오징어라도 시키지 울진까지 와서.

 라고, 생각하며, 일단 회를 한 숟갈 떠서…

어?

“어 이거 뭐야. 이거 잡어 아냐. 이거 뭐야. 이거 부시리에. 이거 돔? 너무 부드러운데?”

“응 그래?”

 잡어가 아니다. 대—체 절대로 잡어가 아니다.

 나는 방금 전에 들오면서 본 입구의 수조를 보았다. 산 해삼이 너울너울 춤추는 수조엔…줄돔…!? 옆칸엔 쥐치에 우럭…뭐야 뭐야 이거.

“이거 잡어가 아니라 자연산이네 다. 자연산 모둠 물회야.”

울산회식당
울산회식당

 시상에나.

 그런고로 나는, 사건의 수수께끼를 전부 해결했다. 울산회식당, 이라는 집이 하루에 90분 밖에 장사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자기네 배를 가진 식당인 거고, 아니, 그 전에, 그냥 울진 바닷가의 배 잡던 어떤 집이 항구 근처에 식당을 하나 연 것이고, 그 메뉴는 배 위에서 뱃사람들이 조업을 마치고 쉬면서 대강 배에서 회 썰어, 초고추장 올려, 물 부어, 석석 밥이랑 비벼먹던 거 그냥 파는 것이고.

 그러니, 그날 잡아온 횟감 다 팔면 가게 문 닫는 것이고-!!

울산회식당
울산회식당

그러니, 피데기도 팔겠지. 반건조 오징어가 아닌 피데기들은, 조업해 건져낸 오징어들을 “대강” 말린 제품들이다. 먹어본 바 맛은 오히려 대단치 않지만 이 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걸 찾는단다. 단일 횟감이니 오징어물회는 오히려 값이 비싼 것이도 부시리에 돔에 쥐치에…값 비싼 자연산 횟감들은, 오히려 섞어서 내면 되니까 단가가 낮아진다. 오징어는 말려서 팔면 상품가치가 유지되지만 횟감들은 그날 그날 배로 들어온 걸 잡아서 내는 것이니 수조에서 건져올리는대로 썰어내서 그날 탁 터는 게 목적이고, 그러니, 귀하디 귀한 자연산 모둠회, 그것도 고급 어종들이, 값이 싼 거겠지.

 세상마상이다 진짜.

울산회식당
울산회식당

“이게 진짜 오리지날이야. 뱃사람들이 이렇게 먹더라.”

“어 근데 오빠 뭐 넣어 먹어?”

“응? 초고추장.”

“아니 우린 그거 안넣어먹었는데?”

“…아니…저기 안내판에…쓰여있잖어.”

 소소한 사건. 아내와 아내의 친구는, 안내문을 제대로 읽지 않고 상 위에 올려진 두개의 장 중, 단 맛이 강한 비빔장만 넣어먹었단다. 나는 그들의 부주의함에 피식 웃으며 초고추장을 넉넉히 넣고 생수도 충분히 넣어, 밥과 함께 석석 비벼먹었다.

 우리가 거의 막차 손님이었고, 나는 아이를 안고 있다가 나와서 먹느라 내가 식사를 마쳐갈 때쯤, 붐비던 식당은 차츰 조용해졌다. 아이는 기운을 찾고 낡디 낡은 바닷가의 작은 식당을 돌아다니며 새장 속 다람쥐를 구경하는 둥, 기운을 차려 놀았다.

 나는…나는, 이 황당한 사건에 경탄하며, 친절 이슈와 잡어 이슈에 대해 일행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

“잡어란 게, 잡스러운 잡어가 아냐…해물잡탕 할 때의 잡어야. 여러가지 섞여서 잡. 잡채의 잡.”

“그런가봐- 오빠만 맛있게 먹네-.”

“어 진짜 황당하네. 울진에선 자연산 모둠회를 잡어라고 하나?”

“좀만 친절하게 좀 해주지. 우리 자리 없어서 당황했잖아.”

“그러게. 근데 뭐 그런 건 나는 도시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친절 요구하는 건 좀 그렇더라고.”

“으흥-.”

 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런 황당한 일도 조금 겪는다. 양 머리를 달고 개고기를 파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개 머리를 달고 A+++급 한우를 파는 식당도 있다. 이 울산회식당에, 우리는 전날 헛걸음을 했다. 두시반에 식당으로 출발하려니 이미 마감이라는 정보를 알았고, 이튿날이 되어 체크아웃을 하자마자 달려온 곳이다.

 해안도로에 자리한(정동진 항구마차를 생각하면 편하다) 탁월한 위치. 가게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탁월한 엔티크 익스테리어(반어법이 아니라 내가 이런 분위기 짱 좋아함. 플라스틱 슬레이트 지붕은 진리요 빛이로다!), 그리고…자연산 모둠회를 무려, 잡어라고 걸어 파는 이 위풍당당함과 호연지기 그리고 호방함.

 숙소도 식사도 해수욕도, 이번 울진여행에서 얻은 것이 많다. 그러나 그중에, 이곳 울산회식당이 최고였다.

울산회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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