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갈구 하는 사람의 공통점
- 심심할 겨를이 없고, 집에서 뒹굴거리는 날이 거의 없다
- 투잡, 사이드잡, 성장을 위한 모임을 1~2개쯤은 하고 있다
- 끊임없이 많은 콘텐츠를 읽고 섭취한다
성장이라는 서사는 참 매력적이어서, 성장의 덫에 빠진 사람들은 쉬지 않고 달린다. 나 역시 퇴근하면 독서모임이나 세미나를 쫓아다니고, 마라톤과 여행, 사이드 프로젝트로 365일 모두 밖에 나가서 보냈다.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하니 성장의 쳇바퀴는 더 빠르게 돌아갔다. 스타트업 씬에는 ‘성장 덕후’들만 모여있었다.
하지만 성장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으니, 쉬지 않고 노력해도 성공을 하기 힘들면
자기를 탓하기 시작한다
가끔은 쉽게 나에 대한 한심함을 느끼고, 자책하며 심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사업에서 쉽사리 성과가 나지 않자 심한 무기력과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는 내일은 ‘더 열심히 해야지’라며 나의 멱살을 잡고 일터로 보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에너지를 되찾았을 때, 그제서야 나는 그때의 나를 회고할 수 있었다. 당시 나의 목표는 훌륭한 사업가가 되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었다. 나는 상담을 통해,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외줄을 타면서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목표는 빛나고 빨갛고 빈틈없는 구슬 같았고, 마치 닿을 수 없는 태양 같았다. 하지만 그걸 알고 나서도 나는 생각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성장하지 않아도, 성공해 도달하지 않아도 된다면 내일부터 무슨 힘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내 세계를 이끌어왔던 원칙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원칙을 찾고자 노오력했고, 정해진 상담횟수인 10회기가 되기 전에 선생님께, 이제 많이 내려놓은 것 같노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더 많이, 훨씬 더 많이 내려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어지럽고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억지로 나아가고 있어야 성장하는 거라고
모든 것이 정리되고 통제되고 있다면
그것은 정체되고 있는 거라고
나 역시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 치명적인 건 그때 내가 만들어낸 산출물은 형편없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많은 사람을 실망하게 했다. 어느 것도 하나 온전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손을 떼야 한다는 걸 알지 못했고, 경주마처럼 앞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 삶의 중요한 목표를 ‘아무것도 안 하기’로 결정했다. 더 정확히는 ‘아무것도 안 되기’였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이 미래의 빨간 공으로 가는 외줄 타기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나는 아무것도 안 할 권리를 사수하고자 했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이 글이 읽기 불편하고 공감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노력해서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결국은 성공에 도달하는 메커니즘이 아주 오랫동안 우리 삶의 작동원리였고, 그걸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성장이라는 환상이 나를 어떻게 불행하게 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오래 고민했다.
성장이라는 뽕을 맞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이
나를 내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했다
어쩌면 성장은 그냥 내 자리에서 매일 같은 일에 정성을 다할 때 오는 게 아닐까. 그 끝이 꼭 성공에 닿아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성장의 덫에 빠져 자신을 탓하고 있을 어떤 동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