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국립국악원

 세상에나 남해의 이 한적한 대로에 세상에서 알려지지도 않았던 이 식당에 세상에나 세번이나 오다니…세상에나. 

 그 사연은 이렇다. 남해 여행 둘째날, 나는 “그래도 섬인데 물회 맛집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물회 맛집을 검색해보았다. 여태까지 남해에 와서 먹어본 해산물이라곤 멸치조림 뿐이었으니.

남해전복물회

 검색은 어렵지 않았고 가장 평점이 높은 남해전복물회란 곳을 찾았는데…

 세상에. 저녁 7시, 마감으로 실패. 

 다음날 저녁 6시, 또 마감으로 실패.

 야. 역시, 성수기는 성수기구나- 싶다. 외부인들은 전혀 모르는, 방송 한번 안탄 식당이 점심에 줄을 선다고? 

 하고, 여행 마지막날에 악으로 깡으로 왔는데…

 세상에. 주차장은 가득, 대기열은 15팀 이상. 세상에!!!

 다행히 대기 안내를 해주신 점원분이 친절하게 우리에게 안내를 해주었고, 다른 곳을 다녀왔음에도 대기순번에서 빼주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가게에 입장할 수 있었다. 삼고초려! 진짜로 세번째에 먹게 될 줄이야. 

남해전복물회
남해전복물회

 메뉴판은 단촐하다. 딱- 어지간한 물회집들에서 보이는 메뉴판. 일단 그런데 가격에 메리트가 좀 있다. 전국구 수준인 속초의 청초수물회가 전복물회 가격이 2만7천원쯤이던가. 거긴 전복 외에 해삼도 들어가지. 속초를 물회 명소로 만든 봉포머구리집도 2023년 기준, 기본 세꼬시 물회가 1만8천원. 흐음. 가격은 살짝 메리트가 있는 정도. 

 그런데 다만, 물회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미역국을 4번에 넣어놓은 게 재밌다.  

남해전복물회
남해전복물회

 그리고 물회가 나왔다. 기본 물회는 광어가 올라갔다. 전복물회는, 어럽쇼…문어가 올라간다. 경상도에서 문어 빼면 섭하지. 거기에 소라. 음-. 1만8천원 치고는, 구성이 괜찮다. 

 천천히 맛을 본다. 맵단짠새콤함의 부드러운 정석적인 맛. 물회가 소스보다는 결국은 회가 맛이 있어야 하는데, 광어 단품으로 만들어진 물회는 지느러미도 제법 씹히고, 국수 하나를 다 말고 밥을 한공기 말아서 먹을 때까지 회가 부족하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아이를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아내의 물회 그릇은 거들떠 보지도 못했는데, 에잇 문어, 에잇 소라. 에잇. 나도 저거 먹을걸.  

남해전복물회

 반찬은 정석적인듯하며 살짝 괴식이었다. 콘샐러드가, 후르츠칵테일이랑 섞여있어서 살짝 당황. 그래도 친절하시게도 리필을 요청하니 저 그릇에 가득 담아주셨다. 면은 부드럽게 잘 살마진 편. 이 식당이 재료 마감으로 점심 때는 3시간여, 저녁때는 1시간만 장사를 하는 집인데 그런 이유는…저 면의 탱글함을 보아선, 면도 미리 안삶아놓고 그때그때 만들어서 낸다는 거겠지.

 나는 이런 소도시 식당의 고집이 좋다. 벌만큼 벌고, 감당할 만큼 받고, 감당을 못하면 손님을 받지 않는다. 덕분에, 우리는 삼고초려를 했지만, 갓 삶아서 물을 빼서 내 온 이 면을 새콤한 국물에 비벼먹으면, 그때 물회 집에 온 즐거움을 조금 느낀다. 

 그리고 이 식당에서의 마지막 반전이 있었으니…

남해전복물회

“뭐야 이 미역국. 서더리네?”

 그 고집 탓에, 우리는 물회를 식사가 다 끝난 다음에 받았다. 그래서 벽보에 쓰여진, 물회를 먹다가 속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면 미역국으로 속을 달래는 것은 식사 내내 느껴보지 못했다. 준비한 미역국이 동이 나서 새로 끓여야했던 것이고, 그 와중에 손님은 들이 닥치고. 

“오빠, 아니 그럼 사람을 더 써서 한 사람은 하루 종일 미역국만 끓이라고 하지.”

“사람은 쓰지. 근데 설비를 못쓰지.”

“응?”

“1년에 한 60일만 손님 미어터지는 식당이고 우리가 딱 그때 온 건데, 그때 손님들 받으라고 주방 설비를 늘릴 순 없어. 죽도 끓이고 면도 삶고 하려면 화구가 부족할 거야.”

 애초에, 남해라는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식당에서, 극성수기의 붐빔으로 발생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나는 늘 익스큐즈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접객이 아쉬우면, 겨울에 와서 겨울 생선을 맛보면 될 터이다. 그때 되면 저 뜨끈한 미역국이 더욱더 가치가 있을 테지.

 하고, 미역국을 맛보는…데?

“뭐야 이거. 아하하. 야 이거면 맛집 인정이지-.”

 그 서더리 미역국이, 진국이다. 미원을 아낌없이 부은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짭쪼름한 감칠맛이 가득한. 

 서더리로는 절대 이 정도 진한 육수가 안나올 텐데…하면서도, 우리 모두는 다시 숟가락을 잡고 남은 밥을 퍼먹기 시작한다. 아내는 물회를 먹는 내내 면과 밥을 넣지 않고 회만 드셨다. 아- 면이나 밥을 좀 말았으면, 배가 차서 남편에게도 문어랑 소라도 좀 더 먹어보라고 했을 텐데. 나도 이미 배가 퍽 불러있었지만 아이를 먹이며 나도 몇술 더 떴다. 이 정도 맛있는 미역국이면 밥을 먹지 않는 게 사치다. 아기도, 미역국이 오니 비로소 밥을 적극적으로 먹는다. 결국 모두가 배가 불러 식당을 나선다.

“여긴 세시 마감 전에 딱 오거나- 다섯시 오픈런 해야할듯.”

“응 아 배불러.”

 세번의 방문, 두번의 인내와 한번의 한시간의 기다림이, 가성비 좋은 물회와 환상적인 퀄리티의 미역국으로 보상받았다. 누군가 내게 남해의 맛집을 추천하라고 하면…가장 부담없이, 호불호도 없이, 야 그 식당 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부담없는 공간. 단, 극성수기를 피하는 게 가장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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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브런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