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이는 왜 같이 안오구.”

“부서 사람들한테 끌려갔어요. 날씨 급 춥다고 추어탕 먹는대요.”

“아하하.”

국립국악원

 의정부의 별미 순대국에 오랜만에 찾았다. 개학하고 또 한동안 분주히 살다가, 시험기간이 되어 급식이 없는 첫날, 최근 결혼식을 한 친한 선생님과 밥을 먹으러 찾은 것이다.

 이 식당은 내 직장에서 차로 5분 거리다. 2018년 즈음 개업했고, 개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순대국 레이더에 잡혔다. 직접 순대를 만들고 육수를 우려 만들어내는 순대국, 이건 귀한 거거등여. 마침, 나는 그 이전까지 자주 가던 의정부의 순대국 대표 맛집이었던 윤할머니 순대국이 할머니의 건강 문제로 영업 일정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보고 대안을 물색하던 차였다. 습관처럼 순대국을 검색했고, 찾아냈다. 별미 순대국.

의정부 별미 순대국

 처음 혼자서 슥 가보고 야, 이 맛이 뛰어난 거라. 그래서 친한 친구를 데리고 갔더니, 사장님이 친구와 같이 운동하던 사이였다. 그래서 알아보고는 더더욱 단골이 되었다. 갈 때마다 사장님 사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사람들을 우르르 데리고 가서 회식도 몇번 했더니,

“어어.”

“어. 왜 부장님은 안오시고?”

“아프대 우리만 왔어.”

 이렇게, 밥집에서 다른 직장 동료를 마주치기도 한다. 마침 오늘. 하필 오늘.

 별미 순대국에서 한그릇씩 배부르게 뚝딱 하고, 퇴근길에 차를 몰았는데, 문제의 태영이에게서 단톡방에 톡이 왔다.

<아오 성시경 XXX 결국 이곳을 침범하고 말았구나.>

 헐렝. 내 최애 맛집이, 먹을텐데에 침략당했구나. 하필 오늘 딱 밥 먹고 온 날에.

의정부 별미 순대

 그러니까…이 별미순대국은, 앞서 말헀든 순대를 직접 만들고 육수로 직접 우린다. 보다시피 머릿고기 부위인데 식감이 나쁜 부위는 귀나 염통 등의 부속 부위는 넣지 않고 호불호 없이 좋은 부위만 쓴다. 직접 만드니 만큼, 양은 어마무지하게 푸짐하고 맛은, 양양의 본점 사장님에게 배워서 차린 곳이라 일품이다.

 먹을텐데 방송에선 속초라고 설명을 했지만, 원래 본점은 양양에 있었다. 양양쪽 식당은 워낙 위치가 나빠, 속초 중앙동 인근에 차려서 장사가 무지막지하게 잘되는데 그래서 방송에선 속초의 별미순대국이라고 설명을 한 모양이다. 의정부 말고도 몇군데에 음식을 전수해서 차리도록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맛있는 순대국을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육수가 뼈국물이 아니면 된다. 원래 서울지역의 순대국은 돼지머리국밥에 순대를 추가해서 먹는 식인거라, 본질은 뼈국물이 아니라 돼지머리의 고기육수다. 이를 잘 알 수 있는 식당이 을지로의 그 유명한 산수갑산인데, 산수갑산은 뼈국물이 아니라 고기국물인지라 먹다가 국이 식으면 국물에 녹은 지방층이 위에 둥둥 뜨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젊은 사람들이 돼지머리국밥을 선호하게 되지 않으면서, 순대국밥 체인점들에서는 머리고기보다는 다릿살 등의 다른 부위를 쓰고, 그런 부위로는 육수를 내는데 단가가 안맞는 것인지 뼈국물을 주로 쓴다. 그러니, 돼지고기육수의 시원하고 달큰한 맛을 순대국 체인점에선 느끼기 어렵게 되었고, 머리고기를 쓰지 않은 뼈국물 돼지국밥이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모양.

 별미순대국은, 진하고 시원한 고기 육수에 파와 들깨가 넉넉히 들어가, 말그대로 신세경이라 할만하지. 게다가 요즘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 돼지머리를 쓰지 않고 볼살 등의 부위를 써서 육수를 내니, 더욱 맛도 좋고 말이다. 그 맛이 알음알음 알려져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엔 식당이 득시글하다. 인근 직장인들이 모두 몰려와서 코로나 시국도 잘 버텨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전에는 지금보다 더더욱 훌륭한 가격까지 자랑했다. 고기를 빼고 순대모둠만 시키면, 짭쪼름하기 그지없는 우거지피순대가 뜨거운 철판에 끓여져 나온다.

 나만의 먹팁이라고 하면, 술국을 시켜서 큰 냄비에 순대국을 받은 다음, 양파와 고추를 찍어먹으라고 주시는 재래식 된장을 살짝 풀어서 넣는 것이다. 그럼 더욱 깊은 맛으로 별미를 즐길 수 있다. 있는데…있는데…

 오늘 기분 좋게 밥을 먹고 나왔는데, 그만, 성시경 방송을 타버렸다. 사장님 내외 둘째가 아직 어린 애기라, 두분이 몰려드는 손님들에 몸이나 상하지 않으시면 좋겠는데. 내가 사랑하는 단골식당이 방송도 타고 잘 되는 건 기쁘지만, 이제 점심 때 방문하기 살벌해지지 않을까?다 다른 성시경의 피해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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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브런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