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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년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 왔다. 특히 40대 초반의 환자들의 경우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공통적으로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가 많았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했는데’, ‘다른 길로 가 봤다면 어땠을까’ 등등…

그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생각을 너무 오래 하느라 정작 해 본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심사숙고를 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걱정이 너무 많아 선택을 주저했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므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생각을 너무 오래 하는 습관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고, 한번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은 멈출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 또한 생각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런데 그들은 놀랍게도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며 매번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원인을 찾아냄으로써 캄캄한 동굴을 스스로 빠져나왔다. 다음은 환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팁들이다.

1.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의 황금비율

마음상태분석 모형(States of mind model)에 따르면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황금비율은 1.6 : 1이다. 그러면 긍정의 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위험 요소들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대처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긍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왜냐하면 살다 보면 돌발변수는 너무 많고, 언제 어디서든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생각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긍정적인 사람들은 아무리 부정적인 일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즉 긍정적인 생각을 부정적인 생각보다 1.6배 더 하면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2. 걱정의 90%를 없애는 가장 단순한 방법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걱정이 많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이며, 22%는 사소한 것이다. 또한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즉 걱정의 96%는 해 봐야 아무 소용 없는 걱정이다. 그렇다면 쓸데없는 걱정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라. 이를테면 ‘가족들이 갑작스럽게 병에 걸리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지금 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통제 불가능한 그런 걱정은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맞다.

그럼에도 걱정이 멈추지 않는다면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하고 그것을 빠르게 실행에 옮겨 보라. 데일 카네기에 따르면 결정을 내리는 순간 걱정의 50%가 사라지고, 나머지 40%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하는 데에 있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 걱정이 사라지게 된다.

3.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할 것

나는 두 아이를 키우고 환자들을 돌보며 30대를 정신없이 보내면서 힘들었지만 앞날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대로 경력을 더 쌓으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자기 마흔두 살에 불치병인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깊은 절망에 빠졌다. 너무 억울하고, 사람들이 밉고, 세상이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못 한 채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몸이 조금 힘들고 불편해졌을 뿐인데 나는 왜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제 그만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마음 안의 분노와 슬픔들이 사그라지고, 불안과 걱정도 잦아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옥과도 같았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 후 나는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병으로 인해 나의 한계를 명확히 깨닫게 되자 의사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그 모든 역할을 보란 듯이 잘해 내고 싶은 욕심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내려놓으니 삶이 단순해진 것은 물론이고 지금껏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온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며 더 행복해졌다.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저자 김혜남

마흔두 살에 찾아온 파킨슨병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이야말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30년 동안 만나 온 수많은 환자들의 삶에서
길어 올린 인생에 대한 빛나는 통찰,
그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진솔한 인생 조언

30년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해 온 김혜남이
자꾸만 머뭇거리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47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