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고민, 요즘 마흔이 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위기감이 있다. 40년 살았으면 조금은 인생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막상 마흔이 되니 머릿속이 더 많은 생각들로 지끈거리고, 미래가 막막하다는 것이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고, 여전히 어리기만 한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고, 동시에 노쇠해진 부모님을 보살피느라 30대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막중한 과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이라고 한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 왔는데, 그들 역시 40대가 되면서 고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나 역시 마흔두 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나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삶의 모든 문제 앞에서 너무 걱정과 생각이 많았다는 것이다. 나는 좀 더 가뿐하게 살기로 결심했고, 덕분에 많이 행복해졌다. 지금 인생이 흔들리는 40대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1. 때를 정해 몰아서 생각해라.

평소에 남들보다 생각이 많은 편이어서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큰 사람들에게, 나는 반드시 ‘생각하는 시간’에 ‘한계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민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생각이 많아지기 쉽다. 하지만 너무 오래 생각하느라 스스로를 고갈시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은 상호적인 관계이기에, 정신의 피로가 몸의 피로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다면, 하루에 몇 분씩 일정한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만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 보길 권한다. 만일 어떤 문제를 두고 생각하는데, 10분이 지났다면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중단하라. 감정은 기본적으로 쾌락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현실을 고려하기보다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한다. 그래서 어떤 강렬한 감정이 들 경우 그 감정의 방향대로 무작정 따라가게 마련이고, 빨리 정답을 찾아내야 안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는 일을 섣불리 건드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2. 상처는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상처받는 게 두려워 한발 내딛기도 전에 고민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무슨 일에든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한 발 내디뎌 보았으면 좋겠다. 상처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무언가를 절실히 원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안전하고 싶고, 보호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욕구가 다른 사람들의 욕구와 충돌하면서 상처를 경험하고, 흔적이 새겨지게 된다. 그 상흔을 통해 우리는 한계를 깨닫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되며, 그렇게 세상을 배우고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상처는 오히려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찢어진 상처 위로는 반드시 새살이 돋아난다. 새살은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져서 우리의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시련을 이겨 낸 자리에는 기쁨과 자부심이 찾아오고,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내 딸아이는 어릴 때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도 가슴에 수술 자국이 길게 나 있다. 딸아이는 그 흉터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날 나는 상처 때문에 우울해하는 아이를 품에 꼭 안으며 말해 주었다. “그 흉터는 바로 네가 큰 병을 이겨 냈다는 징표란다. 어린 나이에 그 큰 수술을 견뎌 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어. 그래서 난 네 흉터가 오히려 자랑스럽단다.”

흉터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훈장이 될 수 있다. 당신 역시 수많은 흉터를 치유하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당신의 흉터는 당신이 얼마나 강인한지를 보여 주는 증표다. 시련을 통과한 사람은 반드시 그전보다 더 단단해진다.

3. 인생의 짐을 스스로 들고 가라.

중년이 되면 ‘나잇값 좀 해야지’, ‘어른이 어른다워야지’라는 무언의 압박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진짜 어른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삶을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는 불확실성이 모두 제거된 이상적인 세계가 등장한다. 그 세계는 ‘공유, 균등, 안정’이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이곳의 아이들은 체격과 지능, 성격 등의 특성은 물론이고 직업과 취미, 적성도 인공적으로 이미 정해진 채로 태어난다. 예를 들어 열대 지방에서 일하게 될 태아에게는 일찌감치 수면병과 발진 티푸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 준다. 로켓 조종사가 될 태아에게는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도 행복하게 느끼도록 회전력을 주입시킨다.

이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며 충분한 물질을 보상받는다. 또 최첨단 과학 기술로 편리한 생활을 누리며 육체적 고통이나 근심, 걱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존이라는 남자는 신세계의 지도자인 총통 무스타파 몬드에게 말한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원한다는 말인가?”

“네, 저는 그 모든 권리를 요구합니다.”

존은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고 그 길을 걷기만 하면 되는 삶에는 인간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것은 설사 불행해지는 한이 있어도 나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하며, 그것에 따라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삶이다.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그만큼이나 인간에게 소중하다. 그 소중한 자유를 갖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바로 ‘자기 인생의 짐을 기꺼이 들고 가는 마음’이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짐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어떻게든 내 짐을 스스로 짊어지고 온 덕분에 인생을 내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었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니 당신도 괜히 ‘나잇값 좀 해’, ‘어른답지 못하다’는 말들에 짓눌려 하고 싶은 일들을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할 게 많고 고려해야 할 게 너무나 많은 어른의 삶. 그러나 세상에는 무수한 종류의 어른이 있고, 그들은 각자 자기 방식을 유지하며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짐을 기꺼이 짊어지고 당신의 인생을 살아가면 될 일이다. 《멋진 신세계》의 존처럼 불행마저 껴안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이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은 없을 것이다.


30만 독자의 공감을 얻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이
생각이 너무 많아 흔들리는
어른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47

★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