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강화도를 간 김에, 요즘 전청조 씨의 옛 단골집으로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몰린다는 경양식집에 방문했다. 전청조의 사기 행각에 약간에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 우스개가 한 기자 출신 유튜버에 의해 알려진 뒤, 워낙 우스꽝스러운 전청조의 행각에 놀란 사람들이 성지순례하는 기분으로 찾게 된 곳이다. 

국립국악원

 이 식당 사장님이 약간 기인 같은 풍모를 지니셨는데, 관련하여 주의사항이 조금 있다. 몰리는 사람들로 인해 텐션이 오르신 사장님께서 다짜고짜 손님들에게 발성을 알려준다고 신체를 터치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손님이 더더욱 몰리고 장사가 바빠지면서, 또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상황을 인지해 그런 일은 안하고 계신듯하다. 또, 전청조의 행각이 워낙 어처구니가 없어서 덩달아 유명세를 타게 된 곳인데 언론에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전청조체를 비롯, 그녀에 대한 패러디 소비에 회초리를 가하는 모양새다. 그녀의 범죄 행각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허세적 언어습관이나 사진 패러디가 왜 2차 가해씩이나 되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가십 삼아 말투를 따라하거나 이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인해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될 수도 있긴 한듯하다. 

뉴욕뉴욕

 식당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자리는 여유롭지 않았지만 주말에 주차비는 무료였다. 전청조 이슈가 조금 잠잠해진 2023년 11월 19일 일요일 기준, 2시 조금 넘어서 들어가니 웨이팅은 하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웨이팅 리스트에는 40팀 이상의 방문 내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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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는 이런 모양. 사장님께서 2층에 노래주점도 운영중이셨던듯하다. 대형 경양식 식당이 사양화되면서 강화읍내의 터줏대감이라고 할만한 이 식당도 경영악화로 수년 내에 폐업 계획을 잡던 중이셨다고 한다. 유튜버의 보도로 인해 단숨에 인기 맛집이 되면서 장사를 더 오래할 힘을 얻으셨다고. 가게 입구에는 바베큐 그릴이 있고, 소인삼과 양갈비 등 메뉴판도 보인다. 세월이 오랜만큼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해오셨던 흔적이 가게 곳곳에 보인다. 

 가게에 들어가면 칵테일바 공간이 널찍하게 차려져있는 점도 이례적이다. 2000년대쯤까진 주변이 덜 개발되었을 것이고 손님들이 낮에는 식사를, 저녁에는 술까지 이곳에서 해결하고 2층의 노래주점에서 2차까지 즐겼지 않을까. 그래도 코로나 2년은 버텨셨구나. 실내는 높은 천장에, 빽빽한 테이블이 칸막이가 되어 공간분할이 잘 되어있다. 홀 서빙 인원이 많았고 모두 분주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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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주세요.”

“네에.”

 덥수룩한 수염의 사장님께서 주문을 받은지 3분여만에 식전 스프가 제공되었고, 그로부터 1분만에 돈까스가 서빙되었다. 아무래도, 돈까스는 쉬지 않고 계속 튀기는듯. 만원에 만족스러운 구성이다. 접시가 좀 큰 편이라 사진에는 돈까스가 작아보이는데, 강낭콩 베이크드빈의 크기를 보면 알듯 돈까스가 그리 작지 않다. 그리고 맛도 있었다. 고기가 두꺼우면서 부드럽게 성형되어, 소스와 잘 어우러진다. 

 돈까스 맛집이 동네마다 있다고 해도 과연이 아닌 시대에, 이정도 퀄리티를 경양식으로 즐길 수 있느 건 참 좋다. 베이크드빈도 강낭콩에 병아리콩. 밥도 신선한 편. 결국, 식당이란 회전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다. 오후 2시면 장사가 끝무렵인데 기름 전 내도 안나고 바삭하게 잘 튀겨진 돈까스다. 

 단골이 될만하다. 코로나를 버틸만하다. 흐음. 그렇다고 뉴욕뉴욕 좀 다녀봤다고 뉴욕 출신이라고 사기를 치는 건 좀…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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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돈까스보다도 이 치즈오븐파스타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 오븐파스타는 돈까스를 아내와 둘이서 다 노나먹고 나서 20분도 더 되어서 나왔다. 

 라는 말은, 돈까스를 바짝 튀긴 다음에 파스타를 또 밀린 주문을 우르르 하는 체계라는 건데, 서빙 인원은 늘려도 주방 인원을 쉽사리 못늘린 모양이다. 서빙보다야 주방인원이 훨씬 고정비용이 나가니 정해진 매출량을 정해놓고 정해진 재료만 장사를 하신 뒤 일찍 접는 방향으로 정해두신 모양이다. 지금의 인기가 오래 갈지 알 수 없으니 현명한 판단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정도 수준의 돈까스와 파스타면, 좀 더 오래 가도 되지 싶다.

 파스타가, 뻔한데 꽤 맛있다. 면이 잘 삶아져서 스파게티면의 심이 살짝 느껴지는 알 텐데의 느낌마져 나고 있었다. 너무 푹 익히지 않은, 그래서 탱글하고 쫄깃한 그런 면발. 치즈며 소스에 간 고기도 넉넉하게 들어가있다. 왜 이렇게 웃기냐 이런 고퀄의 파스타가 당연한듯 당연하지 않아서 놀라운 것은.

 원래는 메뉴가 조금 많았는데 사장님께서 빠르게 정리하고 단 두개로 줄이신 점. 가격을 쓸데없이 올리지않고 괜찮은 퀄리티로 제공하시는것. 그런데 그게, 누구나 사랑하는 경양식이라는 점에서, 뜻밖에 맛집 경험이었다. 사기꾼이야 벌을 받아야 할 일이고, 그로 인해 사양화된 경양식 사업을 꿋꿋하게 이어가던 누군가는 빛을 보기도 한다. 

 아내는 식사를 마쳐가며, 집에 이런 곳 하나 있으면 딱 좋겠다고 했는데. 음, 있는듯 없는듯 동네에도 또 있지 않을까. 돈까스란게, 파스타라는 게, 그런 음식이기도 하고 말이다. 

 Next time, Wife와 또 돈 Gas 먹으러 가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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