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그리고 유일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K-무예가 있습니다. 영화나 만화로 익숙한 중국의 쿵푸나 일본의 가라테도 넘보지 못한 유네스코 무형유산의 벽을 가장 먼저 뚫은 주인공, 바로 우리의 택견입니다.
택견은 2011년 11월 28일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어. 전 세계 무예 중에서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린 건 택견이 최초 사례이기도 합니다.
택견이 전 세계 수많은 무술을 제치고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특유의 '부드러움'과 '상생'의 철학에 있습니다.

보통 무예라고 하면 상대를 타격하고 꺾어 제압하는 치열함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택견은 다릅니다. 능청거리며 굼실거리는 유연한 율동 속에 엄청난 파괴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마치 춤을 추듯 흐느적거리다가도 순식간에 상대의 허점을 찔러 중심을 무너뜨립니다.
가장 독보적인 점은 상대를 해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택견의 승패 기준은 상대를 때려눕히는 것이 아니라, 발로 얼굴을 가볍게 차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것입니다.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고도 제압할 수 있는, 격투기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평화적인 무예입니다. 유네스코 역시 이처럼 공격적이거나 파괴적이지 않으면서도 수백 년간 민중 속에서 이어져 온 독창적인 예술성에 감탄해 세계 최초의 무형유산 무예로 공인했습니다.

화려하고 강해 보이는 쿵푸나 가라테 대신,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택견이 세계 무대의 선택을 먼저 받았다는 사실은 언제 들어도 흥미롭고 자랑스러운 대목입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Intergovernmental Committee)의 공식 결정문(Decision 6.COM 13.44)과 심사 기록을 바탕으로 팩트를 체크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대를 해치지 않는 '배려와 상생' (공식 등재 사유)
유네스코는 공식 결정문에서 다음과 같이 명시했습니다.
"택견은 배려를 가르친다. 숙련된 택견꾼은 상대를 빠르게 제압할 수 있지만, 진정한 고수는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고 물러나게 하는 법을 안다."
(...a true master knows how to make an opponent withdraw without incurring damage.)
즉, 상대를 파괴하지 않고 다치지 않게 배려하는 무예의 평화적 성격은 제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유네스코가 등재를 결정한 핵심 핵심 근거입니다.
2. 춤을 추듯 부드러운 독창성 (공식 묘사)
유네스코는 택견을 두고 "유연하고 리드미컬하며 춤과 같은 동작(fluid, rhythmic dance-like movements)을 사용해 상대를 타격하거나 걸어 넘어뜨리는 전통 무예"라고 공식 정의했습니다. 직선적이고 딱딱한 다른 무술들과 달리, 부드럽고 둥근 곡선의 움직임 속에 폭발적인 힘을 숨기고 있는 독창적 예술성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3. 공동체의 결속과 전승 (공식 심사 기준 충족)
전통 무예가 단순한 싸움 기술이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을과 마을 간의 경기(결련택견 등)를 통해 '공동체의 통합과 협력, 연대감을 강화(promotes cooperation and solidarity)'해 온 민속 문화라는 점도 유네스코의 중요 평가 기준(Criteria R.1)을 완벽히 충족했습니다.
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