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년 전 이맘때 서울에 올라왔다. 중고등학교를 대안 학교로 나왔고,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왔다. 일 년에 한 번 씩 학교에서 여행을 떠났는데, 책상에 앉아 배우는 공부보다 여행을 하며 친구들과 쌓았던 추억, 경험이 나에게 더 값진 선물이 되었다. 그때부터 난 여행을 좋아했다. 처음 서울에 올라온 이유도 여행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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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학교를 졸업하고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본 ‘청춘여담’이라는 여행 강연회는 나를 조금 설레게 했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가는 걸 두려워해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강연이라 생각했다. 나는 ‘청춘여담’ 강연을 기획하는 팀에 지원했다. 강연을 듣기만 하는 것보다, 기획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고, 강연을 듣다 보면 나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라는 기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기획이라는 것은 매우 신선한 배움이었다. 내가 생각해낸 작은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경험은 너무 신기했다. 우리는 1000명 대상의 여행 강연회를 기획했고, 난 그때 홍보/마케팅이라는 분야도 함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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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며 콘텐츠를 만들었고, 그 콘텐츠로 우리 강연회를 홍보했다. 그러며 카드 뉴스라는 것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카드 뉴스는 여러 장의 이미지에 텍스트를 담아 념겨보는 식의 콘텐츠 형태인데, 우리가 페이스북에서 흔히 접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카드 뉴스이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다룰 줄 모르는 나는, 피피티로 카드 뉴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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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 강연회를 비롯해 꿈, 진로, 창업 등 다양한 행사와 콘텐츠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콘텐츠는 사람들이 조금 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계기와 용기를 심어준다고 생각한다. 나의 작은 수고로움으로 누군가 꿈을 찾거나,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 하나, 메시지 하나에 감동받고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쉽사리 여행을 떠나거나, 조금 더 즐겁게 살려고 도전하지 못했다.

당장 먹고살기가 바빴고, 매일매일 처리해야 할 일들을 끝내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 나이 때에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해냈고, 실전에서 더 많은 것들을 도전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즐거운 삶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지금껏 쌓아온 자원들을 활용해, 조금 더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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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가는 데 있어 여유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번다 한들 내가 가보고 싶은 곳, 보고 싶은 사람, 먹고 싶은 음식 하나 먹을 여유가 없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여유만을 추구하기에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진짜 여유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선 일을 하는 시간 동안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3년간 PLOCK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대신 그만큼의 신뢰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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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그동안 내가 쌓아온 경험을 발판 삼아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에 도전해 본다. 내가 일보다 중요시 여기는 ‘사람’인 은사장님과, 성공보다 중요시 여기는 ‘행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제주도에 한 달간 살아 보려 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에서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까지, 나와 은 사장의 행복한 도전에 작은 미소를 지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