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청년이 오늘도 사표를 가슴에 품고 출근합니다. 취업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잔뜩 기대했던 직장생활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신입사원 퇴사율은 27.7%.
청년실업률이 매달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신입사원들은 아주 ‘어색한’ 기록을 세워야 했습니다.
정말 요즘 ‘젊은것들’은 끈기가 없어서일까요.
아직 취업을 못해 고민하는 분이 ‘대한민국 신입사원 리포트’를 본다면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낡을 대로 낡은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야기해야 합니다.
입사한 지 2년이 안 된 신입사원 37명(퇴사자 포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분 지각에 금요일 1시간 야근.’
직원이 15명가량인 서울의 한 화장품 회사는 이런 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사무실 입구 게시판에 큼직하게 써 붙여 놨습니다.
무슨 요일에 지각하든 그 야근은 금요일에 해야 합니다.
‘불금 야근’을 못 박아둔 건 일거리와 상관없이 사무실에 남아 있으란 뜻입니다. 야근수당이나 식대는 없습니다.
안 늦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관행적인 조직문화에 너무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문의하니 “지각했을 때 연장근로를 하는 것은 법에 정한 바가 없다”며 “그렇게 하는 회사가 있다면 노동청이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관할 노동관서 근로감독관의 지도를 받게 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 회사 대표는 책상에 개인물품을 올려놓지 못하게 합니다.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사무실에서 고성을 지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철수(가명·30)씨는 이유도 모른 채 직원들 앞에서 폭언을 들을 때마다 몹시 수치스러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회사생활을 하면 할수록 점점 자신감이 사라졌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못 견디고 퇴사하는 직원이 수두룩해 대표는 아예 오후 1∼2시를 ‘면접시간’으로 떼어놨습니다.
퇴사자의 빈자리를 메우려 하루 걸러 채용 면접이 잡힙니다.
최근에는 회사명을 바꿨습니다.
채용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평가가 워낙 안 좋아 지원자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철수씨도 지난 2월 결국 사표를 냈습니다.
“이 길의 끝에 행복이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사표 낼 때 무슨 생각이 들더냐 했더니 “쉽게 포기한다고 부모님이 실망하실까봐 그게 걱정이었다”고 답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청년 일자리 관련 보도는 대부분 연봉과 고용 형태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국민일보에 고충을 털어놓은 37명 신입사원은 ‘사람’ 때문에 힘들고 상처받았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나를 잃어가는 것 같다” “점점 자신감이 사라진다”며 꺼낸 에피소드는 드라마에 나올 법한 내용이었지만 사실 대부분 직장인이 그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철수씨는 말했습니다.
“그냥 꾸역꾸역 버텼는데 이렇게 살면 내 인생이 행복하지 않을 게 너무나 분명했어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