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유명한 변호사인 남자 친구. 그녀는 한없이 자상하기만 한 이 남자와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런데. 행복한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부터 남편은 냉철하게 돌변합니다.
그가 데려간 태국의 호텔은 매우 외지고 작고 낡았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진 그녀가 서둘러 호텔을 떠나려고 하는데 그가 말합니다.
“뭐 잊은 거 없어?”
그의 손에는 여권이 들려있는데 그제야 자신의 가방을 보니 핸드폰, 지갑, 현금 어느 하나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힘센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하실에 감금했던 시절.
소년은 아버지를 존경했고, 어머니를 경멸했으며 어머니의 비명은 소년에게 노랫소리처럼 들렸죠.
어느 날 그는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탈출하는 어머니를 붙잡았고 때려 숨지게 합니다.
말리는 아버지마저 때리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며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죠.
어른이 된 그 역시 아버지처럼 공포를 주입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계속 숨겨두고, 원할 때마다 공포를 주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 그는 가정폭력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뭘 했는지 알아?”
그가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너와 결혼했지”
그는 그녀에게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겁박하고 방을 나갔습니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방문을 두드렸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방안에 무언가 도움이 될까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탈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울다 지쳐 잠들었다가 밤이 돼서야 깨어난 그녀는 무의식 중에 문고리를 돌렸는데 손잡이가 쓱 돌아갔습니다.
문은 애초에 잠겨있지 않았던 것이죠.
그녀는 로비로 달려가 직원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대사관으로 전화를 해달라고 하죠.
직원은 전화를 걸어 사람을 불러주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그녀를 데리러 온 건 남편이었습니다.
“여보, 괜찮아. 다시 방에 가서 좀 쉬자. 그러면 다 괜찮을 거야”
그리고 정말 자상하게 그녀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모든 호텔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내가 정신이 좀 불안정하다고 손을 써둔 것이죠.
방으로 그녀를 데려온 그는 얘기합니다.
“문제는 내가 너를 너무 잘 안 다는 거야. 네가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말을 할지. 네가 다시 도망치려는 것도 알아. 소용없겠지만 말이야.”
과연 그녀는, 그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정말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살인이나 폭력이 없이도 긴장감이 점점 커져가는데요.
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1) 왜 도망가지 못할까?
그는 고도의 심리를 통한 공포를 활용합니다.
호텔 문을 잠그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부터 문은 잠겨있지 않았지만 공포에 질린 그녀는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으면서도 문을 열어볼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죠.
그는 그녀의 약점을 모두 알고, 그녀의 행동을 예측하고 함정을 놓습니다.
심지어 이 결혼생활은 지속되는데, 친구들과 이웃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녀는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행복한 부부인 척 연기합니다.
밖에서 그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집에서 벌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누구나 그들이 화목한 부부라고 생각하지요.
그가 그녀를 좌지우지하는 무기, 그것은 ‘공포’입니다.
2) 탈출할 수 있을까?
탈출하려던 그녀의 온갖 시도는 무효로 돌아갑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집에 감금된 상태로 그와 고도의 두뇌 플레이를 시작합니다.
그녀가 택한 방법은 그녀가 항복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었죠.
말을 잘 듣는 척하며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나갑니다.
그녀가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마음을 읽고 계속해서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다른 가족에게 위협이 되거나 자기 얘기를 믿지 않을까 봐 겁이 나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못하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 사이코패스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오늘날,
나는 그런 상황이 닥치면 침착하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요?
우리 주변에 그런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