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은 녹여야 제 맛”
나는 아이스크림을 녹여 먹는 타입이다. 친구들은 아이스크림을 질질 흘리는 나에게 손가락질을 했지만. 그것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어린 생각에 불과하다. 진정한 아이스크림의 맛은 녹여서 마셔야 알 수 있거늘.
마시즘에서는 이런 바람을 담아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가짜로 만들어 리뷰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의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충격과 공포다. 이제 마시즘이 아니라 마스트라다무스가 되는 것일까? 오늘 마시즘은 실제로 출시되어 버린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소개한다.
메로나 제주 스파클링
올 때 메로나, 물론 음료수로!
(알콜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한국사람은 멜론의 맛을 메로나로 먼저 배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메로나는 아이스크림으로만 남기에는 아주 아까운 녀석이다.
마시즘에서는 메로나야 말로 최고의 과일소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주에 메로나를 녹이면 고급스러운 칵테일이 된다. 일명 ‘메로나주‘다. 나의 외침이 빙그레에 닿은 것일까? 그들은 메로나를 녹이기 시작했다(?)
바로 ‘메로나 제주 스파클링(이하 메로나 스파클링)‘이다. 건전한 청량음료로 나온 점이 아쉽지만, 메로나 본연의 맛과 향을 잘 구현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용량이 너무 크다는 것. 한 모금을 마셨을 때는 ‘우와!’가 점점 ‘으아’가 되어버린다. 맙소사.
바밤바 라떼
바밤바, 밤 우유가 든, 바밤바
(세븐형, 내가 만든 가짜가 더 진짜처럼 생겼잖아)
세븐일레븐. 이곳은 오래전부터 아이스크림을 녹여서 음료수로 만든 장인(?)이다. 올해는 어떤 아이스크림을 녹일지 기대했는데. 정말 나와버렸다. 바로 ‘바밤바 라떼‘다.
마시즘에서 예상한 대로다. 당시에 나는 “바밤바유(바밤바+우유)를 만들지 않은 해태는 반성해야 한다“며 키보드를 놀리기도 했다. 고구마 라떼보다 진하고 달콤한 밤 라떼야 말로 라떼계의 종착지랄까?
기대를 가득 안고 바밤바 라떼를 마셨다. 상상 그대로의 맛이 났다. 시큼하게 시작했다가 달달하게 번지는 바밤바와 우유의 조합이다. 올봄과 여름, 바밤바를 녹여 마실 수고를 덜어줄 세븐일레븐에 무한감사를 보낸다.
누가바 초코라떼
공포의 누가바를 누가 봐!
(누가바를 음료수로 만들 생각을 했다니)
나는 태어나서 ‘누가바(와 누크바)‘를 끝까지 먹어본 적이 없다. 얇은 초콜릿 껍데기를 뚫고 나오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견디기 힘들었거든. 마치 리마리오가 혀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능글맞은 느끼함이랄까? 이건 어린이가 먹어서는 안 되는 아이스크림 같았다.
이런 공포의 아이스크림을 세븐일레븐에서 음료수로 만들어버렸다. 이름은 ‘누가바 초코라떼‘다. 다행이다. 느끼했던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버리고, 얇은 초코 옷으로만 만든 음료수구나.
차갑고 진한 초코우유의 맛. 개인적으로 누가바의 맛이 나지 않아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럴 거면 그냥 초코우유를 마시면 되지 않나? 혹시… 설마 이것은 ‘누가바 바닐라크림라떼‘를 출시하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
우리의 상상은 음료수가 된다
과거에는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과자는 과자. 음료수는 음료수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우리가 아는 아이스크림과 과자가 하나 둘 음료수가 되었다. 음료수의 세계는 맛의 영역에서 상상력의 영역으로 발을 딛고 있다. 상상은 음료수가 된다. 꿈은 음료수가 된다. 올해도 기상천외한 음료를 한 가득 마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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