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펩시 특집!
코카콜라를 넘어서기 위해 만들었다
어서와 오이, 팥, 모히또 콜라는 처음이지?

“코카콜라의 매력이 한결같음이라면, 펩시의 매력은 치열함이다”

베지터, 박명수, 홍진호, 펩시… 2인자의 삶은 언제나 바쁘다. 압도적인 1인자들이 경기장에서 변치 않는 클래스를 보여줄 때, 2인자들은 오직 ‘생존’ 그 자체에만 몰두한다. 1인자를 따라 해 보기도 하고, 반대로 달려보기도 한다. 우리는 2인자들의 여유 없는 치열함에서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그동안 펩시에게는 미안했다. 마시즘은 코카콜라가 복숭아 맛을 냈다고 하여 도쿄에도 날아갔고, 투명한 코카콜라가 나왔다고 국내에서 가장 호들갑을 떨었던(?) 미디어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사실 펩시는 이런 거 진작 다 해봤는데 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코카콜라는 따라 할 수 없는 전설의 펩시 특집! 오이맛부터 팥맛까지 섭섭하지 않게 많이 준비했다. 펩시! 물론 이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레벨 1. 콜라가 아니라 팔레트다
색다른 펩시

콜라의 색은 130년 동안 한결같은 ‘짙은 갈색’이었다. 코카콜라도 펩시도 닥터 페퍼도 컵에 따르면 똑같은 색이었다. 이래선 언제나 코카콜라 비슷한 음료가 될 것이 뻔하지 않는가! 우리의 펩시는 앞장서서 갈색을 포기했다.

펩시 크리스탈부터 골드, 블루, 화이트, 핑크… 엔트리에서 탈락한 레드, 블랙, 그린까지 이쯤 되면 펩시는 콜라가 아니라 팔레트다.

1. 크리스탈 펩시

콜라계 최초의 이단아. 1992년 발매된 투명 콜라 ‘크리스탈 펩시’다. 색깔만 투명한 것이 아니다 카페인과 색소까지 투명하게 없애버렸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관심까지 투명해졌다. 이게 물인지 사이다인지는 몰라도 콜라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하지만 26년 뒤 코카콜라는 똑같은 공식으로 투명 코카콜라를 출시해 성공을 한다. 역시 될놈될은 사이언스.

2. 펩시 골드

크리스탈은 반짝이게 망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황금으로 간다. 바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념하여 만든 ‘펩시 골드’다. 월드컵 주최국인 독일을 비롯한 중부 유럽, 아시아 일부 지역에만 판매된 마이더스의 콜라다. 월드컵 트로피는 들지 못해도 펩시 골드를 들면 비슷한 뿌듯함을 낳을 수 있었다. 결국 펩시 골드는 크리켓 월드컵과 다음 월드컵까지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룬다.

3. 펩시 블루 하와이

최악의 흥행작이라는 말이 공존할 수 있을까? 바로 ‘펩시 블루’를 떠올리면 된다. 2002년 야심 차게 전 세계에 출시한 파란색 펩시. 한국에서는 워셔액이라고 불리고 사라졌던 그 녀석이다. 하지만 2008년 일본에서 멋지게 리뉴얼이 되었다. 바로 ‘펩시 블루 하와이’. 단지 이름에 하와이만 붙이고, 파인애플 맛을 합쳤을 뿐인데 훨씬 상큼한 워셔액 같지 않은가.

4. 펩시 화이트

시원함이 장기인 펩시에게 겨울은 비수기나 다름없다. 첫눈이 내리는 날에 누가 콜라를 마시고 싶겠는가. 하지만 흰 눈을 닮은 하얀색 펩시가 나온다면? 2008년에 출시된 ‘펩시 화이트’는 겨울철 차가운 콜라 민심을 잡았다. 심지어 요구르트 맛. 마치 콜라에 칼피스(밀키스)를 탄 느낌이라고 한다. 겨울에 마시지 않고 놔두면 운치가 있다고.

5. 펩시 핑크

앞선 사례에서 보듯 사람들은 색깔이 다른 콜라를 마실 생각이 없다. 하지만 마시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른 의미다. 그걸 제대로 캐치한 것이 일본 펩시다. 2011년 내놓은 ‘펩시 핑크’만 해도 그렇다. 대놓고 ‘파티에 어울리는 모양’이라고 홍보를 한다. 누가 봐도 딸기 우유맛 콜라는 마시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레벨 2. 이 세상 콜라맛이 아니다
맛다른 펩시

음료에서 색깔이 첫인상이라면, 맛은 이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진정한 존재감은 맛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코카콜라의 콜라맛이 가장 맛있다고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다. 이럴 때는 튀어 보이는 것이 좋다. 세상 존재한 적 없는 콜라의 맛을 보여주마. 문제는 마신 사람들이 쓰러진다는 것뿐이지만…

6. 펩시 아이스 큐검버

일본의 맛의 임상시험 같은 국가다. 2007년에 나온 펩시 희대의 괴작 ‘펩시 아이스 큐검버’만 봐도 그렇다. 얼음 오이맛이라니. 경영진 중에 분명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가입한 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무더위에 오이의 향기가 시원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마신 이도 마시지 않은 이도 끔 투 더 직한 소감을 쏟았다는 것. 호되게 욕을 먹은 일본 펩시는 관종의 맛(?)을 깨닫는다.

7. 펩시 아이스크림

러시아는 펩시에게 기회의 땅이다. 냉전시대, 미국의 앞잡이 취급을 받던(?) 코카콜라를 제치고 가장 먼저 러시아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 펩시기 때문이다. 그런 러시아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펩시가 있다. 2005년 출시된 ‘펩시 아이스크림’, ‘펩시 카푸치노’다. 말만 들어도 느끼할 것 같다. 이걸 마시면 왠지 코카콜라가 마시고 싶지 않을까.

8. 펩시 모히또

콜라의 표준, 콜라의 자존심 따위는 코카콜라나 지켜라. 펩시는 현지인이 좋아한다면 무엇이든 바꿀 태세가 되어있다. 태국에서는 퐁퐁처럼 생긴 펩시 그린을 냈고, 중국에서는 펩시만의 파란 옷을 벗고 빨간색으로 무장했다. 2009년 이탈리아에서는 세상 힙하다는 모히또를 펩시화 시켰다. 이름하여 ‘펩시 모히또’. 사실 콜라라기보다는 모히또 아이스티에 가깝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9. 펩시 아즈키(팥)

펩시 얼음 오이맛을 계승한다. 일본 펩시 경영진이 낸 펩시 관심병 에디션의 두 번째 히트작. ‘펩시 아즈키’다. 펩시에서는 ‘팥의 순한 단맛과 콜라의 상쾌한 자극’을 강조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이다에 비비빅을 녹인 맛이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일본의 한 용자가 펩시 아즈키로 밥을 지어먹는 것을 인증하며 펩시 괴작의 전당에 오르게 되었다. 펩시+팥+밥의 콤비네이션! 견딜 수 없다.

10. 펩시 몽블랑

일본 국민들에게 엽기적인 펩시 맛을 보여주겠다는 펩시의 노력(?)이 실패한 적이 있다. 바로 2010년에 나온 ‘펩시 몽블랑’이다. 몽블랑은 프랑스에서 만든 밤맛 디저트인데 이를 펩시화 시켜버렸다. 사실 몽블랑이라기보다는 그냥 밤맛. 하지만 밤 특유의 달콤한 맛과 향을 즐기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뜨악한 관심을 바라고 있던 일본 펩시 의문의 시무룩.

11. 펩시 바오밥

몽블랑에서 잃은 실패는 ‘펩시 바오밥’에서 만회한다. 바오밥이라면 어린왕자를 읽은 사람은 알 수 있다. 행성을 부숴버리는 공포의 세입자 나무가 아닌가(아니다). 문제는 아무도 바오밥나무를 먹어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펩시 바오밥은 뭐랄까. 사이다에 홍차를 섞어 마신 후 칡덩굴을 씹으며 입가심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일본 펩시가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하지만 이미 엽기적인 맛으로 단련된 일본인들의 혀에는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레벨 3. 이름부터 맛까지,
미스터리 한 펩시

색깔부터 맛까지… 제법 괜찮았다. 혀가 조금 단단한 사람은 귀여운 공격이었다고 봐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펩시의 공격에는 자비와 깜빡이가 없다. 재즈맛, 삼바맛, 불꽃맛까지 … 이름만 들어서는 감이 오지 않는 혼란한 그 녀석들을 우린 펩시라고 불러도 좋을까?

12. 재즈 펩시

2006년 미국에서 출시된 ‘재즈 펩시’는 혼란함의 결정체다. 재즈… 맛이 무엇인지는 임진모도 마일스 데이비스도 모른다. 실제 맛은 체리&캐러멜 크림, 딸기&크림, 프렌치 바닐라인데. 이것이 다이어트 펩시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다. 크림이 다이어트가 된다고? 정말 혼란하다. 그렇다 이런 혼란 잡탕 한 맛이야말로 재즈의 맛이 아니겠는가.

13. 펩시 삼바

재즈와도 콜라보를 했는데, 삼바가 빠질 수 없다. 2005년에 나온 괴작 ‘펩시 삼바’는 인증샷이 찍히기도 전에 세상에서 빠르게 사라진 펩시 단명 작품 중 하나다. 출생지부터 틀렸다. 삼바의 고장 브라질이 아닌 호주에서 출시되다니. 펩시 삼바는 춤 대신 맛으로 춤을 춘다. 망고, 타마린드 같은 열대과일을 잔뜩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형. 호주에서 삼바 댄스는 아니지.

14. 펩시 파이어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된 불꽃맛 펩시다. 이름하여 ‘펩시 파이어’. 원래는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펩시 아이스와 함께 판매된 녀석이다. 펩시 파이어의 정체는 계피다. 콜라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탄산맛을 느끼고 싶다면 펩시 파이어를 마시자. 이 괴랄한 인기는 제법 괜찮아서 세븐일레븐에서는 슬러시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을 하얗게 불태워버린. 불 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이열치열 음료.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 새로움이 될 때

펩시의 괴작들은 성공했는가? 그렇지는 않다. 대부분의 펩시는 잠깐의 이슈몰이를 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펩시의 실패는 ‘새로움과 활력’이라는 동력을 얻었다. 코카콜라가 음료계의 종갓집이라면, 펩시는 힙스터가 된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자 이색 펩시의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펩시 크리스탈’을 비롯해 여러 이색 펩시들은 시간이 지나서 다시 출시되었다. 그러자 전 세계의 포켓몬 마스터… 아니 펩시 마스터들이 괴작 펩시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탄산음료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에서도 특별한 펩시를 만나고 싶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펩시가 나타날 수 있을까? 김치맛, 파맛, 식혜맛… 어후 그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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