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면서,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대우에 안절부절 못했던 경험, 모두 한번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근로자들은 철저한 을의 위치에 있고 노무사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성수동 소셜벤쳐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에 뿌리내린 노무법인시티. 인사 노무 분야계의 선한 영향력이 되고 싶어 이곳에 왔다는 김기룡 대표를 만나보았다.
대기업 인사팀 출신인 그는 채용에서부터 교육, 임금 계산, 노동조합 관리까지 인사 업무 전반을 경험했다. 사실, 노동조합을 상대하기 전까지는 노동법의 개념을 전혀 모르는 초짜였다. 업무를 수행하려면 공부가 필요했다. 이전까지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노동법, 근로기준법, 노조법 등을 차근차근 알아가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더 제대로 해보고 싶어 노동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은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에게 별천지 같은 곳이었다. 직장에 다니다가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동기, 혹은 변호사 자격증을 딴 동기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부대끼다보니, 더 넓은 세상과 새로운 길이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노무사의 길에 들어섰다. 결국 그의 가치관에도 많은 변혁이 생기게 되었다.
“예전에는 조금 더 회사 쪽으로 유리한 입장을 고수했다면, 지금은 회사와 근로자 간의 균형적인 생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쪽의 입장 차이를 현명하게 조율하여 사건을 심도 있게 다루는 노무사의 업무들. 인사팀 직원이었을 때보다 고되면 고됐지, 결코 쉽지는 않다.
“간혹 같은 현상을 두고도 개개인별로 다른 의견을 내는 상황이 오곤 해요”
보통 과거에 적용됐던 대부분의 판례나 노동부의 행정 해석을 근간으로 하지만, 유사한 사례임에도 노동부의 답변이 그때그때 다른 경우도 있고 법원의 판단이 상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각 노무사의 배경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해당 사건의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 번은 같은 상황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은 적도 있다고.
노무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멘탈이 굉장히 강해야 해요”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일반적으로 사건이나 자문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의 경우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 어떨 때는 고성과 욕설이 오고가기도 한다.
이때, 침착함과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클라이언트에 대한 깊은 관심과 정보가 필요하다. 감정을 면밀히 읽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또한 노무사의 기본 자질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최근 인사 노무 분야에서 가장 크게 다뤄지고 있는 쟁점은 무엇일까? 단연 코로나19로 인한 기업과 근로자의 어려움이 아닐까 싶다. 최근 코로나로 사정이 많이 힘들어진 기업들을 지원함으로써 근로자 보호에도 힘쓰는 제도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를테면, 요즘 같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시기에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우선 지원 대상 기업의 경우 인건비의 4분의 3, 대기업에도 3분의 2의 지원금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상황과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아는 것도 노무사의 덕목이다.
노무사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빨리 합격하여 수험 생활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당연히 신념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인다.
의뢰한 사건을 클라이언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잘 해결해줘서 마침내 마땅한 권리를 안겨줬을 때, 그렇게 웃음을 되찾은 클라이언트의 표정을 봤을 때 노무사로서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회사도 근로자도 공정하고 정의롭게 바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김기룡 대표.
그의 소망처럼 모두가 마땅한 권리를 갖고 그 권리만큼 책임질 수 있는 사회가 얼른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