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화문덕이다] 그것도 권력이라고 내가 변하고 있었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파트리더가 되고 팀장이 되니 사람들이 많이 떠나더라고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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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맹주님, 며칠 전 그 분 맞습니까?

맹주님 맹주님!!!

어김없이 날아온 한 통의 메시지. 오늘은 도대체 어떤 일이 내게 일어날까. 늘 설레고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는다.

“맹주님 혹시 합병 계획 있으신가요? 건실한 연맹이 있는데 보다가 안타까워서 합병 제안드리려고요. 해당 연맹은 이미 동의한 건이니 맹주님만 좋으시면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살펴보니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었고 세력은 우리보다 비슷했지만 관건은 참여율이 우리보다 현저히 낮아 보였다.

어차피 우리도 영토가 확장되면서 사람들을 더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합병 논의는 공식적은 임원방에서 이뤄졌기에 모두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럼 합병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맹주님쪽으로 흡수합병이 되는 것이니 해당 연맹 맹주와 연락해서 연맹원 먼저 흡수하시고 그다음에 해당 영토를 맹주님 영토로 이전하시면 됩니다”

“앗!!! 감사합니다! 빠르게 합병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속도 내는 합병 절차

나는 관련 업무 담당분들에게 요청했다. 외교 담당은 해당 맹주에게 연락을 취해 연맹원의 이전을 독려해줄 것을, 해당 연맹이 가진 땅을 우리 땅으로 이전하기 위해 연맹디자인 담당에게 연맹센터 설치 및 깃발 설치에 대한 권한을 맡겼다.

그리고 우리는 해당 연맹 옆 부지로 이동해서 두 번째 연맹센터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모두가 신이 났다. 성소를 차지한 데 이어 합병이란 호재가 더해진 덕택이다. 우리는 모두 한 껏 들떠 있었다.

어어어어어………

두 번째 연맹 센터가 구축되고 깃발을 세우며 흡수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빠르게 연맹 깃발을 세우며 해당 연맹의 영토를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내 자원이 고갈됐고 우리는 잠시 주춤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사이….. 우리 옆에 있던 연맹 하나가 멸망했다. 밤사이에 어딘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사라진 것이다. 그들이 차지했던 성소는 주인을 잃었고 우리는 성소를 차지하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

본맹은 더 이상 깃발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자원이 생긴다 하더라도 성소까지 가려면 최소 3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자원을 모아 깃발을 세우고 하기를 하려면 너무도 더딘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현재 우리에게 흡수되던 연맹을 활용하기로 했다. 나중에 영토 이전 작업이 더 복잡해지더라도 빠르게 성소로 진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왜냐하면 해당 연맹에는 자원이 넘쳐났다. 깃발을 20개 이상 세울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있어 참여율만 높다면 반나절만에 성소로 진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깃발 부대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나는 우선 본맹의 부 캐릭터를 1차적으로 모두 해당 연맹으로 옮겨가도록 했다. 그들은 평상시에 농사를 지으며 본 캐릭터의 자원을 날라주는 역할을 한다. 그들은 전쟁 인력보다는 주로 농사인력으로 전쟁에 나가서 싸우기에는 전투력이 매우 낮았다.

연맹디자인왕이 깃발을 세우면 바로 깃발 건설 부대가 건설을 돕도록 했다. 일은 쉽게 풀려나가는 듯했다.

어라……

“맹주님 다른 연맹이 성소를 차지했습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다른 연맹이 성소를 차지한 것이었다. 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해당 연맹의 전투력을 살펴보니 높지도 않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성소가 넘어갔으니 우리는 일단 합병 이슈를 마무리 짓도록 하시죠”

나는 연맹원분들에게 공개 사과를 했고, 우리는 허탈해하며 다시 합병 작업에 돌입했다.

맹주님 도시가 공격당했습니다

누군가 내 도시를 습격했다. 한 차례도 아니도 두 차례나. 관련해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우리 연맹원이 추가로 공격당했다. 공격한 곳은 바로 성소를 차지했던 연맹이었다.

우리는 긴급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전쟁 선포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난 전쟁에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장 쳐들어가자는 들끓는 연맹원들의 성화를 뒤로한 채 외교적으로 먼저 풀어보려고 했다.

먼저 우리를 공격한 유저에게 공격한 이유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무시했다. 난 다시 해당 연맹 외교 담당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 역시도 묵묵부답이었다. 심지어 그는 한국인이었다.

결국 해당 맹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역시도 답이 없었다.

나는 우리의 본맹에 관련 내용을 알렸고, 되도록 전쟁을 자제하라던 본맹에서도 왕국 질서 유지 차원에서라도 전쟁을 허락한다고 승인했다. 소통이 안 되는 곳은 왕국 질서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전쟁 승인 명분이었다.

우리는 결국 또 한 번의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번 전쟁과 같은 이유로….

난 생각했다.

“리더는 끊임없이 소통에 임해야 한다. 그게 내부든 외부든. 그렇지 않으면 그 조직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라고…

공격하라

나는 공식적으로 해당 연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빠르게 깃발을 세우고 전쟁에 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합병으로 인해 전투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전투력이 높은 인원이 10명가량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전쟁이라기보다는 거의 일방적 공격이었다.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하지 못했다. 동 시간대 참여율도 미미했을 뿐 아니라, 세력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아서였다.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해당 맹주가 내게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의 태도는 전쟁에 진 맹주의 태도가 아니었다.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듯했다.

전쟁 게임이고 그는 자신의 리더십 부재로 연맹원들이 주변을 공격하고 약탈하게 방치했다. 삼국지에서도 무능한 지휘관은 자신의 부하들이 부녀자를 겁탈하고 주변을 약탈하게 방치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군율은 중요하며 특히 이런 전쟁 게임 속에서는 타 연맹 도시에 대한 선공격이나 약탈은 전쟁에 빌미가 된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듯했다.

그는 너무도 당연하게 내게 그만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공손하지도 않았으며 약간 불쾌할 수도 있을 정도로. 난 그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춰 답했다.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상대 연맹은 우리가 끊어놨던 성소로 가는 깃발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를 받고 난 맹주에게 경고했다. 성소로 가는 깃발을 세우지 말라고. 그는 그게 무슨 문제냐고 되물었다. 하…… 정말…..

그들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했다. 우리에게 공격하지 마라고 항복 의사를 내비쳤으면서 자신들의 이익은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당혹스러웠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그들을 멸망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그렇게 모진 사람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해당 연맹 맹주와 대화에 나선 것이었는데…. 그 상황에서 성소를 차지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 한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깃발을 세우는 걸 보고….

모든 걸 멈추세요

해당 맹주는 자신의 연맹이 멸망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게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나 역시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어느 정도 영토를 건네줄지에 대해서는 내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난 우리 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난 맹주에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 맹주도 알겠다고 하면서 전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임원들은 이제 우리가 이겼으니 연맹센터를 부수자는 의견이 거셌다. 하지만 내 성격을 아는 부 맹주와 일부 임원은 내 뜻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내주며 나에게 힘을 실어줬다.

“우리의 땅이 많이 넓어졌고 우리에게는 성소가 필요했어요. 그러니 우리는 그들에게 선의를 베푸시지요.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주세요. 포악하고 잔혹했던 연맹에게 당했던 그때를. 그때 우리가 귀인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우리가 이제 베풀 때인 것 같아요”

나는 임원들을 열심히 설득했다. 그들도 마음이 모질지는 못했다. 내 결정에 따라주었다.

그날 새벽 6시 반…

출근하며 해당 맹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지도에 영역을 표시해서 전달했고 친절하게 설명도 했다. 연맹 센터를 옮기고 땅은 해당 위치로 옮길 것을 권했다. 사실상 명령이긴 했다.

그리고…….

“맹주님 해당 연맹이 성소를 다시 차지했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그는 우리와의 약속을 무시했고 우리 연맹원은 모두 들끓었다. 이젠 내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그들은 분노했으며 속았다는 것에 더욱 울분이 치솟는 듯했다. 사실 나 역시도 그랬다.

나는 맹주에게 이제는 자비를 베풀 수가 없음을 알렸다. 그리고 공격명령을 내렸다.

학살…

우리는 전쟁광이 된 듯 미친 듯이 해당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남김없이. 그들은 더 이상 방어할 힘도 없었다. 우리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이제 그들은 병력이 남아있지 않게 됐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땅을 찾아 떠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센터를 공격하면 수리하고 공격하면 수리하고를 반복했다. 우리는 조롱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으나…. 우리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그러했다.

우리는 임원들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공격에 나섰다. 센터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했고 더 이상 무고한 연맹원을 공격하지 말자고 했다. 센터 수리 권한은 맹주와 임원의 권한 이어서다.

해당 맹주는 정말 소통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센터가 불타기를 기다렸다.

연맹 임원 회의

나는 연맹 임원 회의에 안 건을 하나 올렸다. 우리의 연맹을 어떻게 앞으로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방침 관련해서다.

(1) 전투력 제한을 통한 1군과 2군으로 분리
(2) 통합 운영하되 접속률과 전투력 낮은 인원 방출

두 가지 안을 보고 한 임원분이 조심스럽게 내게 충고했다.

“맹주님 요 며칠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었었지요. 두 개다 양날의 칼이네요. 며칠 이전의 맹주님의 배려 깊고 사람 위주, 평화, 그리고 겸손의 외교가 지금도 초심과 같은지 여쭈어 봅니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마치 날카로운 바늘로 심장을 찔린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랬다. 난 어느새 전쟁광이 되어 있었다. 전쟁에 미쳐있고 나보다 약한 세력이 나를 건들면 무자비하게 응징하려고 하는 그런 미치광이가…

그리고 잠시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난 늘 겸손하고자 했으며, 상대가 괴팍할수록 더 나를 낮추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힘이 세지고 사람들이 맹주님맹주님하며 나를 떠받들어주니 그 순수했던 마음을 잃었다. 나를 잃었다.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구나

금방 정신을 차렸다.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변명하지 않았다. 오로지 난 나 자신을 반성해야 했다. 괴물이 되어버린 내 모습. 게임 속 맹주가 뭐라고 이토록 변한 것인지.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할 순 있지만 변하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다시 되돌아올 수 있다. 난 괴물이 되어가는 내 모습을 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공개적으로 내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나는 임원방에 사과했다. 내게 충고해 주신 분은 내게 귀한 조언을 덧붙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파트리더가 되고 팀장이 되니 사람들이 많이 떠나더라고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히려 그분이 더 듬직해보였다. 정말 많이 부끄러웠다.

더 커진 연맹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자

이제 내가 해야하는 일이 남아있다. 내가 변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게 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 ‘연맹 조직 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본래 내가 그리고자 했던 이상향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꼈던 그들의 성향을 더하고자 했다. 그리고 기존 혼자해오던 일들을 팀으로 확대해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제 모두가 의논을 하면서 외롭지 않게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저마다 참고진을 꾸리고 최선의 의사결정과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함께 힘쓸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기만한 연맹을 멸망시킨 뒤 그 땅은 우리 주위에 다른 연맹에 일부 나눠주기로 했다. 그 연맹 맹주는 대화 나눠보니 소통도 잘되고 무엇보다 그 구성원들이 그와 함께 게임하기를 절대적으로 원하고 있어서였다. 그래서 난 그들이 편히 게임을 할 수 있는 땅을 내어주기로 했다.

우리가 핍박당했을 때 우리에게 땅을 내어준 귀인처럼. 그 맹주는 우리를 앞으로 절대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그렇듯 그들도 우리를 정말 좋아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연맹원들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

이제 조직개편과 인사 단행으로 며칠은 어수선할 듯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퇴출되지 않는, 그리고 자신의 성향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팀제 개편안을 내놓았으니 이제 난 그들이 어떤 곳에 소속되어 자신들의 게임을 즐길지를 지켜보면 된다.

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 영토 확장도 확인해야 하고 우리를 공격해오는 곳과도 전쟁보다는 외교로 풀어내려 노력해야 하고…

혹시라도 나의 독선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이 생겨날지 모른다. 이제 난 더욱더 연맹원들의 마음을 보듬는데 힘을 써야 한다…

하…. 이 게임 정말…. 인생이 담겨있다….. 큰 일이다…… 너무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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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글쓴이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와 어딘가에서 술 한잔 마시고 있을 직장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 작가
광화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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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반의하며 처음 게임에 접속해 어리둥절하며 렙업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연맹을 만들고, 무자비한 공격을 당하고, 쫓기고 쫓겼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귀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작은 땅을 얻지 못했더라면… 인생에는 가정이 없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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