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술자리에서 주목받는 게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김치 게임’. 김치 게임의 룰은 아주 간단하다. 아무 채소의 이름을 대고 구글에 ’00 김치’라고 검색하면 된다. 그때 그 채소로 담근 김치가 있다면 술을 마시게 된다.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로 김치가 만들어진다는 것. 때문에 게임을 시작한 지 1시간만 지나면 여기저기 뻗는다는 후문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김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산간 지방에서부터 내륙, 해안까지 다양한 특색을 가진 지역이 많고, 남과 북의 뚜렷한 날씨 차로 재배되는 농산물과 그에 따른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하지만 먹어본 김치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해 전국 김치 정보를 모아보았다. 각 지방에 특색 있는 김치를 사 먹어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 서울
1. 장김치
궁중에서 먹었던 음식으로 일반 김치와 달리 잣, 밤, 표고버섯 등 귀한 재료를 넣어 만든다. 또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간장으로 간을 맞추며 숙성기간이 짧아 선선한 가을, 겨울에 즐겨 먹는다. 상큼한 물김치의 맛과 간장의 은은한 단맛이 조화로우며 떡 또는 떡국과 어울려 명절 별미 김치로 먹기도 한다.
2. 섞박지
무와 배추를 섞어서 만든 김치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무와 배추 사이에 각종 해산물을 넣으며 짜지 않고 신선함이 살아있다. 때문에 오래 두고 먹는 김치가 아니라 겉절이처럼 그때그때 해먹는 것이 맛있다. 종류 또한 다양한데, 호박, 홍어, 동태, 갈치 등 각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넣어 먹기도 한다.
3. 보쌈김치
조선시대 이래 왕실 및 반가 음식의 영향을 받은 김치로 임금님 수라상도 올랐다. 재료는 굴, 잣, 전복, 표고, 낙지 등 풍부하게 채우고 배춧잎으로 정갈하게 모양을 잡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음식은 황해도 개성지역의 향토 음식이며 쌈 김치라고도 불린다. 또한 젓갈 사용이 많지 않아 냄새가 강하지 않고 모양이 화려해 손님상에 올리기 좋다.
>> 경기도
1. 비늘김치
경기 북부에서 즐겨 먹는데 무에 생선 비늘처럼 칼집을 내어 만들기 때문에 비늘김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로부터 궁중에서 먹는 음식이며 오이를 썰어 같이 담그기도 한다. 소는 일반적인 배추김치 속처럼 만드는데 그보다 적은 양을 사용하는 게 특징.
2. 게걸무김치
게걸 무는 이천의 토종 무로 게걸스럽게 먹을 만큼 맛있다고 하여 게걸 무라고 한다. 일반 무보다 수분 함량이 적어 단단하며 매운맛도 강한 특징으로 무를 항아리에 쌓은 뒤 소금으로 절이고 필요할 때 꺼내어 양념해 먹는다. 또한 저장성이 뛰어나 겨울이 지나 꺼내 먹어도 시원하고 상큼함이 살아있다.
3. 총각무김치
총각무는 무가 총각의 머리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알타리 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어리고 단단한 특성에 무청과 함께 먹기 때문에 영양상으로도 매우 좋다. 총각김치는 거친 고춧가루로 빡빡한 양념을 만들며 무의 씁쓸한 맛을 제거하기 위해 맛술을 쓰기도 한다.
>> 충청도
1. 나박김치
무와 배추를 넣어 만든 국물김치로 은은하고 부드러운 맛이 뛰어난데, 봄철에 가장 많이 먹으며 숙성 기간이 짧아 다른 계절에도 그때그때 만들어 먹는다. 옛 시절에는 나박김치 없는 밥상은 마음이 덜 간 밥상으로 여겼으며 여유가 있는 집안은 매일 만들기도 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 게국지김치
충남 서산 지역의 대표 향토 음식으로 (호박)게국지, 겟국지라고도 불린다. 게국지 김치에는 능쟁이가 들어가는데 이것은 ‘참게’이다. 참게의 딱지와 날카로운 집게 발을 제거하고 절인 배추, 늙은 호박, 무와 함께 양념에 버무려 김치를 만든다. 완성된 김치는 돌돌 말아 한 달 정도 숙성 시키며 생으로 먹거나 찌개로 끓여서 먹는다. 능쟁이가 없을 때는 게국간장을 젓갈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3. 가지김치
충북에서는 가지를 통째로 데친 뒤 햇볕에 말린다. 그 후 칼집을 내고 양념을 채운 뒤 간장을 부어서 익힌다. 이는 늦가을에 담가 겨울까지 먹으며 간장 국물을 세 번에 걸쳐 끓이고 붓는 걸 반복하면 저장성이 좋아진다. 가지는 배추가 귀한 여름 장마철에 주로 먹었으며 구수한 국물과 말랑한 식감이 특징이다. 김치에 사용하는 가지는 연하고 너무 굵지 않은 것이 좋다.
>> 전라도
1. 갓김치
여수 돌산 갓은 남도의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토양에서 자라 부드럽고 매운맛이 덜하며 쉽게 시어지지 않는다. 또 고유의 향긋함이 살아있어 익을수록 맛있고 특유의 풍미가 오래 두어도 맛이 좋다. 갓김치에는 찹쌀 풀, 고춧가루가 들어가며 멸치젓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푹 익은 갓김치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라면과 곁들이거나 생선과 함께 졸여 먹어도 맛이 좋다.
2. 전라반지
반지는 전라도 사투리로 백김치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동치미처럼 국물이 많지도, 일반 김치처럼 양념이 많지도 않다. 양념에는 쇠고기 국물을 사용하여 은은한 감칠맛이 있고 가을철에 동치미 무와 배추, 쪽파, 찹쌀 풀 등을 넣어 담근다. 반지는 배추를 짜게 절이지 않고 국물 간을 싱겁게 만들기 때문에 쉽게 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3. 고들빼기
손질한 고들빼기를 소금물에 담가 7, 8일간 쓴맛을 우려내고 각종 양념장에 버무려서 김치를 완성한다. 고들빼기는 너무 크지 않고 쓴맛이 있는 야생이 좋으며 쓴맛을 우려낼 때는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들빼기는 식욕을 돋우고 피를 맑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해준다. 또한 인삼을 씹을 때의 맛과 같아 인삼 김치라고도 불린다.
>> 경상도
1. 부추김치
몸이 허한 여름철에 담가 먹는 별미김치로 경상도에서 즐겨먹는 김치인데 멸치젓을 넣고 칼칼하게 버무려 개운하며, 담가서 바로 먹기도 한다. 부추는 잎이 연해서 다른 김치처럼 마구 버무리면 풋내가 날 수 있어 가볍게 다루는 게 중요하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정구지 김치라고 부르며 푹 삭혀서 라면과 먹으면 파김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2. 곤달비김치
곤달비는 곰취와 유사한데 곰취보다는 크기가 작고 잎에서 윤기가 난다. 이는 날것으로 쌈을 싸먹거나 나물, 장아찌, 김치, 떡 등에 다양하게 사용한다. 곤달비 김치를 만드는 방법은 멸치 국물, 간장, 고춧가루, 다진 파, 마늘 등을 넣어 버무리며 양념 후 쪄서 먹기도 한다. 이는 달콤 쌉싸름한 감칠맛이 있어 입맛을 돋우어 준다.
3. 골곰짠지
무말랭이 김치인 골곰짠지는 일종의 장아찌이지만, 김치가 떨어졌을 때 김치 대신 먹기 좋은 음식이다. 만드는 법은 무를 껍질째 도톰하게 썰어 말리고, 고춧잎은 데쳐서 말린다. 양념에는 고춧가루, 멸치젓, 마늘, 생강 등이 들어가며 매콤 달콤함과 오도독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또한 곳곳에 숨어있는 고춧잎은 특유의 식감으로 무와 함께 어우러진다.
>> 강원도
1. 더덕김치
산간 지방에 위치한 강원도는 긴 겨울 동안 채소를 구하기가 어려워 김장이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이때 산에서 채취한 채소나 작물로 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더덕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더덕 김치는 더덕에 칼집을 내고 그 안에 소를 넣어 만드는데 씹는 맛과 쌉싸래한 향이 특징이다. 더덕은 물김치로도 즐기는데 향이 국물에 퍼져 향기로움을 준다.
2. 오징어채김치
오징어 채 김치는 강원도 동해지방에서 오징어가 많이 날 때 담그는 김치이다. 싱싱한 오징어는 무채와 같이 썰어서 넣으며 아삭함과 쫄깃함이 어우러진다. 그 외 재료에는 배, 미나리, 쪽파, 양파 등이 들어가며, 식감이 다채롭고 재료 본연의 단맛이 살아있다. 오징어 채 김치는 담근 즉시 먹으면 김장김치 맛이 나고 익혀서 먹으면 새콤한 맛이 별미다.
3. 서더리깍두기
강릉은 동해에 접해 있어 명태와 오징어가 흔하고 고산지역이라 무가 많이 생산된다. 이렇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통해 나온 것이 서더리깍두기다. 서더리는 생선의 살만 발라내고 남은 것을 말하는데 명태 서더리 깍두기는 명태 아가미만 넣고 만든 김치다. 이는 명태의 고장인 강원도 고성에서도 즐겨 먹으며 5일 정도 숙성시키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제주도
1. 전복김치
제주도는 바다에서 구하기 쉬운 해산물을 김치에 넣는데, 그중 전복 김치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다. 전복 김치는 데친 전복에 무, 쪽 파, 배, 유자 껍질, 고춧가루를 넣어서 버무리며 유자 껍질의 싱그러움과 쫄깃한 전복이 어우러져 육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맛이다. 상황에 따라 전복을 말려서 넣기도 한다.
2. 동지김치
제주에서는 음력 정월에 밭에 남겨 둔 배추 꽃대를 소금물에 절여 김치로 만든다. 주 양념에는 멸치 젓, 마늘, 고춧가루가 들어가며 이렇게 만든 김치는 김장김치가 시어졌을 때 별미로 먹는다. 꽃대는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배추김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해마다 만들어 먹는 도민들이 많다.
3. 톳김치
바다향을 가득 머금은 톳에 멸치 액젓, 고춧가루, 파, 마늘 등 각종 양념을 넣어 담그는데 겨울 별미이다. 톳은 사용 전에 소금물에 헹궈 물기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김치 외에는 삶아서 말린 뒤 된장에 무쳐 나물로 먹거나 냉국으로 즐기기도 한다.
>> 북한
1. 황해도 호박김치
호박김치는 김장을 하고 남은 우거지로 담그는 겨울 김치이다. 늙은 호박, 배추 우거지, 무청을 절인 후에 고춧가루와 젓갈로 버무리며, 황해도식 허드레 김치라고 할 수 있다. 호박김치는 양념이 진하면 맛이 없고 슴슴한 게 특징이다. 주황색 늙은 호박은 무와는 또 다른 단맛을 내기 때문에 별미 김치로 좋다.
2. 함경도 가자미식해
가자미식해는 가자미가 들어간 식해로 맵쌀 밥 대신 조밥을 넣는데, 조밥을 사용하면 알이 작고 단단해 발효 후에도 외관에 변화가 적고 맛과 모양이 잘 유지된다. 식해에 사용되는 가자미는 동해안의 노랑가자미이며 고춧가루, 소금, 엿기름을 넣어 만든다. 엿기름과 섞인 조밥은 녹말이 당화되는 과정을 거쳐 특유의 맛이 생긴다. 이는 차게 보관하며 밥반찬 또는 술안주로 먹기 좋다.
3. 평안도 백김치, 동치미
평안도는 추운 날씨로 김치가 잘 익지 않아 소금을 적게 넣고 김칫국을 넉넉하게 부어 만든다. 이때 고춧가루는 들어가지 않고 매콤한 맛을 위해 실고추를 넣으며 소금 묻힌 무와 항아리에 쌓아준다. 사흘 정도는 돌로 눌려놓다가 젓갈을 끓여 간을 맞춘 뒤 항아리에 부어준다.
기획, 편집 / 다나와 김명신 kms92@danawa.com
자문 / 前 요리매거진 에디터 김예영
글 / 문유진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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