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는 미인과 같다. 향을 즐기려면 기다려야 한다.  

대표적인 미식의 교과서, 미식예찬의 저자이자 정치가인 브리야 사바랭의 말이다. 음식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세계 요리의 기준으로 만든 데에는 다양한 배경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천혜의 자연 환경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유럽의 노른자위’에 자리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훌륭한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는 국토의 2/3가 완만한 평야와 구릉인데다 3면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농산물, 축산물 거기에 수산물까지 풍족한 땅이다.

국립국악원

거기에 음식의 맛을 돋워주는 와인의 발달과 무역을 통한 풍부한 향신료, 소스가 발달해 음식의 미묘한 맛은 더하고 식재료의 맛은 보여주는 그야말로 훌륭한 조화를 이룬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나 우리처럼 밥상머리 교육이라 불리는 식사 예절 또한 중요하게 여겼으며 지금의 테이블 세팅의 시작 역시 프랑스였다. 궁정 문화가 어우러져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식탁예술로 승화시킨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

프랑스혁명을 통한 요리혁명!

우리의 궁중음식처럼 프랑스의 요리는 수많은 왕과 귀족들의 연회를 통해 보다 더 세련되고 아름다워졌으며, 서비스는 발전했다. 그에 걸맞게 요리 기술 또한 보존하고 발전시켜 지속적으로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17세기부터 통일 국가를 이루고 절대왕권을 확립한 프랑스는 오랫동안 유럽의 중심이었다. 프랑스어는 유럽 귀족의 공용어였고, 우리가 꿈꾸는 파리는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그들이 즐기던 요리는 서양 요리의 뼈대가 되었다.

그 단단했던 프랑스의 귀족 식문화를 뒤흔든 계기가 바로 프랑스 혁명이었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왕과 귀족은 처형되거나 망명하였고 흔들리는 정세속에서 이들이 고용했던 우수한 요리사들은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쫓겼다. 그들이 대중을 위해 음식을 만들면서 파리를 중심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곳’ 이라는 뜻의 레스토랑이라는 명칭이 세상에 등장했다.


요리로 다시 유럽을 지배하다.

거리로 나온 요리사들은 대중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파리를 중심으로 레스토랑이 들불 번지듯 생기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외식산업이 발전하면 19세기 말에 고도로 세련된 오트 퀴진(haute cuisine)이 유럽 요리계를 지배하게 된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도시에 프렌치 레스토랑을 가장 뛰어난 서양 요리로 손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국에서 나는 수많은 식재료들은 물론이고 여러 식민지에서 공수한 온갖 재료들로 창의적인 요리들이 수도 없이 쏟아졌다.

왕의 파티시에였던 앙토냉 카렘, 프랑스 고전 요리 조리법을 집대성한 오귀스트 에스코피, 에부터 폴 보큐즈, 조엘 로부숑, 알랭 뒤카스 등 이름만으로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들은 아티스트로 변신했으며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제공하는 차원이 아닌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열어주는 선구자의 역할을 했다.  

오트 퀴진은 기본 2시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식욕을 채우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예술적인 행위이다. 오프닝과도 같은 아름다운 맛과 미의 조화 아뮤즈부슈 amouse-bouche, 식전주인 아페리티프 aperitif, 다양한 전채 요리, 해산물과 육류로 대표되는 메인 요리, 모둠 치즈, 디저트, 차와 소화를 돕는 식후주까지 코스별로 나오는 요리는 손님에 대한 극진한 대접이며 요리사가 최상의 요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거기에 소믈리에가 페어링 해주는 와인과 함께 라면 어떤 음식이 즐겁지 않을까? 세계 3대 진미라고 불리는 캐비어, 푸아그라, 트뤼프까지 향과 맛 그리고 요리사의 최고의 기술이 접목된 입안의 예술이다. 그런 프랑스 요리를 보면서 필자는 궁중음식을 떠올리곤 한다. 왕을 위한 밥상이지만 그 한점을 위해 들이는 노력이 프랑스의 전설적인 요리사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이다.

프랑스 요리는 비스트로에서

소스와 향신료. 버터와 생크림을 다양하게 사용하던 프랑스 요리의 특징은 1970년대 ‘누벨퀴진 nouvelle cuisine (새로운 요리)’ 이 등장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번잡스러운 형식을 빼고 심플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누벨퀴진은 생크림과 버터의 사용을 줄이고 가볍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맛있는 집 밥을 맛볼 수 있는 비스트로나 간단한 식사와 다양한 술까지 즐길 수 있는 브라세리 등을 찾아보면 오히려 프랑스의 정통적인 맛을 보기 좋다.

대표적인 미식 요리

프랑스를 대표라는 요리들이라고 하면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대표적인 게 바로 달팽이 요리다. 에스카르고라고 불리는 익힌 달팽이 요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골뱅이나 고동류와 비슷한 모양과 맛을 낸다. 하지만 거기에 허브와 마늘을 섞은 버터로 막아 오븐에서 익혀내고 우아하게 커틀러리를 활용해 빼먹는 게 특징이다. 오리를 이용한 콩피 드 카나르 confit de canard, 오리가슴살과 오렌지 소스로 맛을 낸 마그레 드 카나르 magret de canard, 와인과 육수에 수닭을 익힘 찜 요리 코코뱅 coq au vin, 소고기 사태를 부드럽게 푹 익힌 우리나라 갈비찜 같은 뵈프 부르기뇽 boeuf bourguignon, 질 좋은 올리브유에 채소를 볶고 허브를 곁들여 토마토 소스와 함께 즐기는 라따뚜이 ratatouille까지 꼭 한 번은 맛보길 권해본다.

오늘도 라따뚜이네!

보통 프랑스에서 라따뚜이는 맛없는 메뉴들이 나올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해는 말자. 라따뚜이는 우리네 김치나 김치찌개처럼 늘 상 먹을 수 있지만 그 맛을 표현하기가 힘든 요리 중에 하나다. 이 기본만 잘해도 요리 좀 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영화 라따뚜이에서 요리 평론가에게 눈물을 선사한 음식 바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엄마요리가 바로 라따뚜이다.

싱싱한 호박과 가지 그리고 토마토를 이용한 라따뚜이는 요즘 트렌드인 비건 라이프에도 잘 맞는 요리이기도 하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대표적인 채소 스튜이자 프랑스 남동부 전역에서 즐기는 음식이기도 하다. 비교적 간단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구하기 쉬운 재료들이니 집에서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마음을 나누는 엄마의 맛!

프랑스 음식이라고 하면 다들 비싸고 어렵고 집에서 해 먹기 어려운 요리라고 하지만 실상은 쉽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양념류처럼 허브와 향신료의 조화 그리고 본재료의 맛을 살리는 게 큰 특징인 만큼 슴슴하게 담백하게 만들어도 좋다. 재료가 좀 없으면 어떤가? 요리의 본질은 마음이다.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게 가장 큰 행복이지 않은가? 좀처럼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은 요즘 소박하게 차린 음식들로 집에서라도 파리지엥 처럼 즐겨보자.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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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 만들기

재료 (4인분 기준)

애호박 2개, 가지 2개, 토마토 4개, 양파 1개, 스파게티소스 200g, 월계수잎 2장, 올리브유 약간, 다진 마늘 1t, 바질 약간, 소금 약간, 후추 약간, 파마산치즈 약간, 파슬리 약간

만드는 법

1. 애호박, 가지, 토마토는 비슷한 두께로 잘라 준비한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다진 양파를 넣어 볶다가 스파게티 소스와 바질, 월계수잎을 함께 넣어 익힌다.

3. 오븐용 팬에 익힌 소스를 담고 그 위에 채소를 순서대로 원을 그리듯이 올려준 후 올리브유를두르고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4. 180도 오븐에서 30분 정도 구운 후 파마산치즈와 바질, 파슬리를 뿌려주면 완성이다.

tip. 채소들은 너무 얇게 자르는 것보다는 두께가 있는 것이 식감이 좋다.

파스타를 곁들이거나 바게트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는 라따뚜이를 즐길 수 있다.

원문: 기며낙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