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동네 가까운 것 같은데, 햄버거집 가봐라.”

“어?”

“장사의 신에 수제버거집 나왔는데 의정부에, 맛집 같음.” 

점심을 같이 먹던 직장 친구가 밥을 다 먹어갈 무렵 갑자기 폰을 꺼내들더니 나에게 지도의 링크를 보낸다. 우리집에서 차로 10분 거리. 임어전씨 수제버거.  

 가끔 즐겨보는 채널인데, 일단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최근에 방송이 된 듯 하다. 몇 몇 방문기를 보고, 유튜브도 보며 어떤 곳인지 대강 알아보았다. 불치병에 걸린 어린 아들이 있고, 그래서 사장님은 빚을 져가며 장사를 하고 있고, 절박함에, 맛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일단, 맛있는 수제버거라니, 당연히 가본다. 나는 아내에게 바로 식당의 링크를 보내고 저녁에 아이까지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킨 뒤, 소아과도 다녀온 뒤, 함께 식당에 가보았다. 

임어전씨 수제버거
임어전씨 수제버거
임어전씨 수제버거

가게는 환한 간판으로 최근에 단장되었다. 가게 밖에서 한눈에 보이는 대형 모니터엔 장사의 신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저녁, 아직은 식당들이 붐비기 직전인 5시 40분쯤 방문해, 손님은 매장 안에 점점이 서너명. 다행히 긴 웨이팅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들어가서 메뉴를 주문하며 가게 안을 둘러본다. 은현장씨와 찍은 사진에, 영수증의 서명. 아직 영상을 제대로 본 상황이 아니어서, 나는 저 영수증이 600만원짜리인지도 몰랐다.  

 액자 한켠엔 아이의 사진이 있다. 아버지는 안다. 저 사진이 어떤 의미, 어떤 마음을 담아 꽂혀있는 것인지. 

임어전씨 수제버거
임어전씨 수제버거
임어전씨 수제버거
임어전씨 수제버거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사장님의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너무 퍼주는 게 심한 거 아닌가 싶은 영업방침의 귤과, 케찹. 나처럼 케찹을 마구 먹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케챱 몇개는 주머니에 챙겨 넣어갈 사람도 많은데 너무 이렇게 내놓고 가져가라고 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며, 귤을 까서 아이에게 먼저 물린 뒤, 나도 귤을 까서 먹어봤다. 쓸데없이 너무 싱싱하고 맛있는 귤이다. 귤도, 싼 거나 사다놔도 될 걸. 굳이 싱싱하고 좋은 귤이다. 이런 귤 없어도 손님들이 와서 기꺼이 기다려주고, 팔아줄 텐데.  

 모르겠다 케찹은 좀 재고해보셨으면 하는 영업방침이지만 귤은, 선한 영향력의 일부라 할까. 나는 아이를 안고 놀아주느라 이 위생장갑을 모르고 지나쳤다. 그리고 햄버거가 나온 뒤, 조금 후회했다. 위생장갑, 왜 안꼈을까. 

임어전씨 수제버거

 아내와 나는 클래식 버거와 후추 버거를 하나씩 세트로 시켰다. 이 후추버거가 조금 시그니쳐인 모양.  

 그런데 이것도 지금 막 은현장 씨의 컨설팅 이후로 메뉴를 갈고 가게 인테리어를 손보는 와중이라서 그럴 테지만, 영상을 보니 원래는 햄버거의 구성품이 카운터바에 붙어있었다. 그런데 새로 들인 키오스크엔 버거의 구성품이 보이질 않아서, 클래식버거와 더블버거의 구성 등을 알기 어려웠다. 이런 점은 개선되겠지. 어차피, 동네가 위치가 위치인 만큼 원래 한달에 2000만원 가까이 매출을 내주는 단골들이 먹는 메뉴가 있을 거고, 찾아와서 먹을 사람들은 영상도 보았을 것이고, 햄버거에 대한 어지간한 이해는 있는 사람들일 테니, 불편함까진 아니었다. 보완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햄버거는…어…대단히 맛있다. 우선 사이즈가 와퍼보다 살짝 작은 정도. 그리고 채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서, 기름질 수 밖에 없는 더블패티를 잘 잡아주었다. 후추버거의 통후추와 머스타드 소스 역시, 육즙이 질질 흐르는 버거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감싼다.  

 단품 8700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볼륨감을 느끼며 어렵사리 한입을 무는데, 패티 역시, 부드러우면서 입자가 잘 살아있는 훌륭한 맛. 은현장씨의 채널에 먼저 소개된 벅벅도 이런 스타일일까. 두께감도 좋고 육질도 좋다. 부드럽게 입안에서 잘 휘감긴다. 이게 정말 8700원으로 나올 수 있는 퀄리티일까. 너무나 절박하게 마진을 낮춰가며 가게를 살려보려한, 이미 한번 다른 장사를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장님의 고민이 느껴지는 가격과 맛이다. 물론 은현장씨의 컨서링과 벅벅에서의 컨설팅도 있었겠지만. 

“여기 감자가 좋은 점이 있네.”

“응? 왜?”

“간이, 안짜. 애기 먹이기 좋다.”

“어 그러네.” 

감자튀김이 짜지 않다. 그냥 싱건싱건하게 기름에 잘 튀겨만 나와서, 아기가 잘 먹었다.  

아기가, 잘 먹었다. 

 나는, 주방 안에서 바삐 햄버거를 만드시는 사장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햄버거를 먹는 내내 내 무릎 위에 올라와서 소란스레 떠느는 우리 팔팔한 26개월된 아이의 목소리가, 사장님의 등에 꽂히지 않을까, 조금은 미안하고 염려스러웠다.  

 아버지에게 자신은 모든 것이다. 

나는, 영상 초반부에, 사장님의 아이가, 작은 창자가 막힌 채로 태어나, 망가진 부분을 태반을 잘라내고 원래는 2미터가 되어야 할 신생아의 작은 창자가 30센티로 줄어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뒤에,  

“내 창자라도 잘라주고 싶은데….” 

라는 말의, 그 진심을 느꼈다.  

 내 품에 안긴 내 아이에게도, 가능만 하다면 내 뼈든 살점이든 내어주고 싶다. 아버지는 내가 군대에 있을때 내게 보낸 편지에서, 군대에서 고생하는 내가 눈에 밟혀 자동차의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하셨다. 당시 아버지는 하루 12시간 이상 차를 운행하는 남품업 일을 하고 계셨다. 자식을 위해 살고, 자식을 위해 버티는 삶. 그러니까 임어전씨에서는, 나는 훌륭한 맛과 가격의 햄버거 뿐만 아니라, 액자 한 켠에 걸린 아이의 작은 얼굴과 그 사진이 뜻하는 사장님의 애절함도 함께 느꼈다.  

 지금 우리 아이랑 몇개월 차이도 나지 않는, 그 작은 아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맛.  이런 햄버거집이 우리 집 근처에 있었다니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다음엔…단체 포장 주문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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