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방식으로 일곱 건의 살인이 일어난다. 피살자들은 모두 이마에 두 개의 탄알 구멍이 난 상태로 발견된다. 피살자들 간에는 어떠한 접점도 없고 살해 동기도 알 수 없다. 경찰의 수사는 속수무책이고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극에 달한다.

국립국악원
저스티스맨2

어느 날, 한 피살자의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됩니다.

총기에 의한 살인.

이마에 남은 탄흔 두 개.

이후로 같은 범행수법의 연쇄살인은 계속되지만 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러던 중, 저스티스맨이 등장합니다.

그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고, 각 사건의 개연성과 범행 동기를 추리하는 게시물을 계속해서 올리는데요.

그가 밝힌 첫 번째 희생자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묵묵하고 성실하지만 별다른 존재 감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직장인 A 씨.

어느 금요일 밤 회식에서 술에 만취해 필름이 끊기고, 깨어보니 파출소 유치장.

월요일 아침 A 씨는 별일이 없었다는 듯 조용히 일상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온라인에 ‘오물충의 만행’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화제입니다.

그 사진에는 빌딩 화단에서 바지를 내린 채 변을 보다가 본인의 토사물 위에 엎어진 채로 잠이 든 그가 있었습니다.

사진은 빠르게 유포되면서 그는 이른바 신상털이를 당하는데요.

결국 A 씨는 모욕감에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을 비롯한 인간관계도 파괴됩니다.

이때 이 사진을 유포했던 사람이 연쇄살인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됩니다.

경찰이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는 와중에, 이후 동일한 수법으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에서도 저스티스맨이 주장하는 정황은 모두 맞아떨어지게 되고.

사람들은 그의 추리에 따라 모든 사건이 서로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누리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범인이 누군지는 관심이 없고, 다음에는 응당 누가 죽어야 한다며 갑론을박을 벌입니다.

이런 사이에 저스티스맨은 누리꾼들의 추앙을 받게 됩니다.

뭣이 중한지 모르고 미쳐 돌아가는 이 상황 속에 과연 연쇄살인범은 누구일까요?

제 13회 세계문학상 대상작인 ‘저스티스맨’은 2016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스파링> 도선우 작가의 신작입니다.

이 소설에서 누가 범인일까 하는 숨 막히는 추리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오늘날 무질서한 인터넷 게시판이 그대로 옮겨졌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다 보면 본질은 어디가고 상호비방만 남는 허무함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온라인에서는 종종 마녀사냥이 일어납니다.

어설픈 정의감과 여론몰이로 뜻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발생합니다.

또 여기에는 링밖에서 쉽게 평론하며 즐기는 많은 누리꾼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우리의 자화상 같아 조금 불편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자신도 모르게 랜선 너머의 누군가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